[기고] 천윤수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북지사장

'세계 5대 제조 강국'으로 꼽히던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린다. 매일경제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올해 3월 19일 발표한 국가별 제조혁신지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세계 3위를 달성했던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은 미국, 독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대만에도 뒤처진 7위로 나타났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의 개선이 더딘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뿌리기술을 겨루는 인재양성의 장(場)인 기능경기대회 참가선수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충청북도를 포함한 17개 시·도에서 개최되는 2023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참가선수는 53개 직종 4729명으로 참가선수가 8468명이었던 2013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뿌리산업 관련 직종인 기계 및 금속분과 직종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22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20대 이하 청년 인력은 10.3%에 불과하다. 노하우 축적을 통한 숙련기술자 육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의 특성상 청년 기술자 품귀 현상은 심각한 문제이다.

뿌리산업이 조선, 금형, 기계 등 기존 주력산업뿐만 아니라 로봇, 항공우주, 스마트공장 등 고부가 가치 사업 성장의 기본이 되는 핵심산업인 만큼 신산업분야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젊은 기술인재 양성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정부 또한 2021년 차세대 공정기술 8개 분야를 추가한 '뿌리산업법' 개정을 통해 뿌리산업을 자동화되고(Automatic) 깨끗하며(Clean) 편안한(Easy) 'ACE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뿌리산업은 말그대로 제조업의 근간이다.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 등 국내 주력산업에서부터 미래 신산업까지 가지를 뻗어나가고 기술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제조업 패러다임의 격변 속에서 뿌리산업은 우주항공 분야와 방위산업 등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전환도 가속화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젊은 숙련기술인의 축제인 충청북도 기능경기대회가 오는 4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개최된다. 청주공업고등학교를 비롯한 8개 경기장에 35개 직종 216명의 선수가 출전해 긴 시간 갈고닦아온 기량을 겨루게 된다. 직종별 입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지급과 해당 직종 기능사 시험이 면제되고 10월 충남에서 치러지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충북 대표로 참가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충청북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기술인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말이 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이다.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더욱 꽃피울 수 있도록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인 뿌리기술을 익혀 대한민국을 튼튼하게 키워나갈 젊은 기술인재가 내딛는 첫걸음을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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