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007 남북정상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정부는 동의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에는 보고만 할 것인지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청와대는 줄곧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성격에 따라 국민에게 큰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회 비준동의를 받을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에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는 국회가 체결, 비준에 관한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선언은 경제특구 건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상당한 재정이 소요될 수 있는 사업들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당연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등의 논리다.

하지만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선언의 발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이달 중 국회에 선언문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국회 동의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국민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수반되는 것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에 따른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선언 자체가 재정을 수반한다고 보고 이 선언을 동의받느냐, 아니면 선언은 재정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보고만 하고 사업이 있을 때 재정 부담이 되는 부분을 동의받는 게 바람직하냐 라는 내부 견해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게 합리적인지에 대해 의논 중"이라고 했다.

정상선언을 국회에 보고하긴 하되 재정적 부담 요소가 포함된 선언 전체에 대한 비준동의를 받을 건지, 아니면 구체적인 사업이 시행에 들어가면 그 때 동의를 받을 건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보고만 먼저 하고 구체적인 사업에 들어가고 나서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비준은 현저한 국민적 부담이 생기는 경우에만 받도록 돼 있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합의 이행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되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합의돼 추진할 경우에 별도로 국회 동의를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물론 오후 국회 통외통위에서 "법적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법제처 심사를 진행중"이라며 한 발짝 뺐지만 이는 논란 진화 차원에서 나온 해명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은 천호선 대변인의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도 잘 묻어난다.

그는 "재원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했다"고 전제,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나 경제특구는 최소한의 인프라는 국가가 국내 산업단지나 공단을 조성할 때와 같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익의 관점에서 기업의 투자 방식을 띠게 된다"며 "심각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천 대변인은 "그나마 재정적 부담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게 신의주-개성 철도, 평양-개성 고속도로 개보수 문제"라며 "그러나 이는 남측에 굉장히 중요하고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 우리의 경제권이 동북아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관점에서 재정적 차원의 투자가치가 높다는 게 중요하다"며 "해주나 개성의 특구를 위한 물류, 인력 동원을 위해서라도 유익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내 재정을 지원하더라도 차관 방식을 동원할 수 있고, 철도의 경우 공기업이 기업적 마인드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국제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도 열린다"며 "도로나 철도에 드는 부담이 마치 큰 부담을 갖는다든지 손해를 본다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btl(민자사업)에 의한 투자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재경부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이번 정상선언의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합의문과 합의사항 이행을 분리시키려는 태도는 자칫 선언 자체가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그 이행 여부와는 별개로 정상회담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