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이연순 승검초 단자 제조·조리 기능자

▲ 정성스럽게 만든 승검초단자 떡 세트.
▲ 이연순 명인.

어릴적 어머니 등 너머로 배워
대한민국 식품명인 52호 지정
당귀잎 자체 수분만으로 반죽
꿀·팥 등 귀한재료도 아낌없이
남편·아들 지원덕에 마음 든든
"제천에 한방음식체험관 조성
한식 세계화에 이바지 하고파"

 

[제천=충청일보 박장규 기자]명인(名人) 혹은 명장(名匠), 어떤 분야에서 기예나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말한다.
 

명인이든 명장이든 그들이 디딘 발걸음 밑에는 피나는 노력과 무수히 쏟아낸 땀이 깔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약재인 당귀잎을 말하는 승검초로 떡을 빚으면서 한방의 도시 제천을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 52호 이연순 씨(59)를 만나본다.
 

고향은 인근지역인 단양, 그러나 이 명인은 토박이보다 더한 제천사람이 된지 오래다.
 

승검초 단자 떡의 명인이 되기까지는 별미음식인 승검초 단자와 약밥은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전수했으며, 9남매 중 맏이인 이연순 명인에게 전수한 이는 어머니다.
 

이렇게 전수받은 이명인은 38세부터 가사사업으로 출장음식, 폐백, 이바지 음식 등 전통음식 사업을 운영하게 됐다.
 

승검초 단자는 일명'당구떡'이라고 하였으며, 찹쌀과 당귀잎, 팥, 꿀 등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이 명인이 본격적으로 승검초 단자를 만들기 시작한 오랜 세월을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철도 들기 전부터 온갖 심부름을 하면서 어머니 등 너머로 배우게 된 것을 지금에 와서 보면 힘도 들었지만 보람또한 컸다고 회고한다.
 

오랜 세월동안 승검초 단자를 만들어 온 이명인은 지난해 12월에 전통식품명인제조기능보유자 제52호 명인으로 지정됐다.
 

명인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를 보존하고 전승, 발전 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국가로부터 부여 받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 가공 시설을 갖추는 등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이어서 연차적으로 점차 기능을 추가해 가며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 한다.
 

어려운 과정이 많겠지만 현재는 후원자 역할을 다하고 있는 남편과 적극적으로 전수를 받고 있는 아들을 포함해 전 가족들이 지원에 나서서 이 명인은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이 명인은 고문헌상의 제조법을 원형그대로 보전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점과 향토음식개발연구원을 창업해 우수체험공간으로 운영하며 전통 떡류를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명인은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 받게 돼 무척 영광스럽다"며 "제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한방음식체험관'을 설치해 전통음식과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승검초 단자 떡은
 

이연순 명인은 승검초 단자 제조비법을 지난1990년 친정어머니에게 배워 온 이후 이제는 자녀와 함께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승검초는 당귀 잎이라도 불리며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부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예로부터 시집가는 신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상비약이었다고 전해진다.
 

산형과에 속하는 숙근 초인 당귀는 그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신경안정작용이 있고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해 갱년기 장애나 월병통 등 부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한다.
 

채소가 없는 이른 봄에 승검초(당귀)는 향긋한 약초냄새가 나서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준다. 그래서 옛날에는 떡의 재료로 많이 이용되는 것 중에 하나였지만 먹을거리가 풍성해진 요즘에 와서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식품재료이다.
 

찹쌀과 승검초(당귀)를 주원료로 하며 찹쌀가루에 생 당귀 잎을 찧어 자체수분만으로 반죽을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꿀, 거피팥으로 만든 속, 잣가루, 고물 등 귀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쉽게 굳거나 쉬지 않는 특징이 있고, 말랑말랑한 취식감과 더불어 맛이 뛰어나며, 당귀의 약 성분으로 부인병, 풍병, 혈병, 피로한 몸을 보해 주는 '약선 음식'이다.

 

▶ 3대 전수자인 아들 신재민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아들 신재민씨(24)는 대원대학교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학사과정 4학년에 재학하면서 승검초 단자와 약밥을 전수받는 기능을 익히고 있다.
 

"전통이란 것은 지난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만이 아닌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고 말하는 명인 전수자인 아들 신재민 씨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마케이팅에도 열심이다.
 

그는 또 "명인은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고 아들은 그 혼과 정신이 깃든 승검초단자 떡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그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승검초 단자의 떡의 가치를 빛내는 것이라며 최근 젊은이들의 입맛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맛을 연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학사과정을 마치면 대학원에 진학, 식품연구소나 대사관 등에 취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연순사랑食' 운영
 

이연순 명인은 한방도시 제천의 대표성에 걸맞는 약초 떡인 승검초 단자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제천 시내 중심가에 ‘이연순사랑食’이라는 복합 체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시설은 한방도시의 음식을 홍보하기 위해 전시공간과 한방음식체험, 매장, 조리교육 공간 등으로 구성된 복합공간으로 제천시민은 물론 국내 및 외국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한 점심음식인 떡 도시락 세트는, 먼저 호박타락죽이 나오고 이어 떡 샌드위치, 승검초 단자, 볶음밥, 유과 등이 메인음식으로 제공되며 후식으로 한방전통차인 당귀차나 오미자차, 쌍화차를 맛볼 수 있는데 가격 또한 저렴하다.
 

향후에  한방도시 제천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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