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액 작년대비 17%↓…결핵 진단 환자수 5년새 5.7%↑

결핵퇴치 운동의 재원으로 쓰이는 크리스마스 실의 판매액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 환자수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공공기관에 실 모금 협조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조만간 관련법에서 빠지게 되는 상황에서 실 판매량까지 줄자 대한결핵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19일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올해 크리스마스 실 판매액은 21억4천300만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의 25억8천100만원에 비해 17.0%나 줄었다. 2012년도(26억2천만원)와 비교하면 하락폭은 더 크다.  

크리스마스 실은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3개월 동안 판매된다. 협회는 올해 판매 목표액을 42억원으로 잡았다.  

목표를 절반 가량 달성한 셈이지만, 크리스마스 실의 판매가 12월에 집중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 목표액을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액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판매 실적은 2011년 50억1천848만원, 2012년 43억431억원, 2013년 39억189만원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실 판매액은 협회가 벌이는 결핵퇴치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 모금액이 협회 총예산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이처럼 실 판매액은 줄고 있지만 결핵 환자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새로 결핵 진단을 받은 환자의 수는 3만6천89명으로, 5년 전인 2008년의 3만4천157명보다 5.7% 늘었다. 2012년 3만9천545명에 비해서는 줄어든 편이지만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 수준이다.

실 판매가 감소 추세인 것은 크리스마스 카드 등 우편물 사용이 줄어든 탓이 크다. 여기에 올해는 정부의 법 개정 추진 사실로 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것이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크리스마스 실 판매에 학교법인 등이 협조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폐지한 결핵예방법 일부개정안을 확정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바뀐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개정안에는 "정부 각 기관이나 공공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사립학교 등)은 크리스마스 실 모금 및 그 밖의 모금에 협조해야 한다"는 기존 조항이 삭제됐다.

협회는 조항 삭제 대신 '협조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협조할 수 있다'는 선택조항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이 통과되면 실 판매는 내년에는 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법 개정 추진 사실이 알려진 것도 실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실 판매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결핵 환자의 수가 여전히 적지 않아 결핵퇴치 사업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실은 1932년 캐나다의 선교의사인 셔우드홀에 의해 처음 한반도에서 판매됐다.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 창립 후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범국민적 성금 운동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협회는 올해 반달곰, 수달, 사향노루, 가문비나무, 금강초롱꽃 등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10종을 소재로 한 크리스마스 실을 판매 중이다.

"크리스마스 실 입니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 대한결핵협회 경기도지부에서 내년 2월까지 판매될 결핵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크리스마스 실을 결핵협회 관계자들이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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