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모르는 오뚝이… "회원 복지·정치 발전 주력"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사진)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산덕리가 태어난 고향 마을이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문학과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는 고향을 자주 찾고 초중고교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언론계에 투신해 10년만에 중앙언론사 정치부장이 됐고, 곧 이어 1973년 정일권 국회의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의장 비서실장을 맡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마흔 두 살이 되던 1981년 11대 국회의원 총선에 첫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이후 1984년 12대 국회에서도 역시 낙선했다.
 

두번의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세번째 도전해 고향인 청원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16대까지 내리 4선을 하는 동안 민자당 김영삼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김영삼 민자당 총재 비서실장, 정무 제1장관,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회창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이회창 선대본부 기획단장,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 비서실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을 지냈다. 정일권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포함해 정치 주역들의 비서실장만 5번을 한 것은 보기 드문 특이한 경력이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헌정회 신임회장 선거에서 그는 출석회원 608명 중 445명의 지지를 받아 경쟁자인 유경현(75)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제 19대 헌정회장에 당선됐다. 충청도 출신 첫 헌정회장이다.

 

 ◇ 그렇게 큰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나요?
 "국회의원 4선 임기를 마친 후 헌정회에서 홍보 출판 등의 업무를 2년씩 3번 연임해 6년동안 줄곧 봉사해오면 회원들께서 인간 신경식에 대해 잘 알아 주셨다고 봅니다. 성격이 모질지 않고 융화적이고 화합적인 성격,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신경식 만한 인간이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예년의 회장 선거에는 보통 400~500명 정도 모였는데 이번에는 600명이 넘는 분들이 참여해 선거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이 중 3분의 2가 표를 주신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헌정회의 현안문제는 뭔가요?
 "연로지원금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관심이 높은 현안입니다. 국회사무처가 지난해 1월1일부터 그간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하던 연로지원금의 지급대상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재산이 18억원이 넘거나 월 소득이 350만원이 넘는 회원, 그리고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회원들에게는 지급을 폐지한 겁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여러가지 논리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나갈 계획입니다. 지원금 확대가 국민적 정서와 안 맞고 부정적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우리 헌정회원들이 국민소득 80달러에서 3만달러로 올리는데 적극 애쓴 이나라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회원들을 위한 전용 공원묘지 조성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차근차근 이뤄나갈 것입니다.

 ◇ 현재의 국회의원과 헌정회원들은 구분해야 하고, 연로한 전직 의원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의도는 이해하지만, 법안처리 안 하고 놀고먹는 국회, 활동비 횡령 등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감정이 매우 좋지 않아 재산이 많고 여론의 동의를 받는데 불리할 텐데요.
 "연로지원금 제도의 당초 기본 취지는 노인지원금이 아니라 국가에 헌신한 유공자에 대한 보상입니다. 따라서 액수가 문제가 아니고 명예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일례로 대전의 이인구 전 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은 매달 120만원의 지원금이 오면 손녀 딸에게 할아버지가 국가를 위해 충성을 했기에 이런 보상을 받는것이다라고 설명하고 다시 돌려보냅니다. 어려운 회원들을 위한 생활비와 의료비로 써 달라고요. 그것이 끊어지니까 손자손녀에게 민망해진 거죠. 헌정회원 몇백명에게 120만원씩 주는 일이 우리나라 형편으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명예를 존중해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 꼭 필요한 일이지만 막상 하려면 국회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또 헌정회 자체의 재산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제1공화국 시절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유홍 의원께서 헌정회에게 기부하신 5억환이 최고금리의 복리로 예금한 덕분에 지금은 21억원으로 불어난 것과 제헌회관 등 헌정회 소유 부동산 몇 건이 있지요. 관리는 국회사무처에서 하지만요. 연로지원금 제한법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만든 것이라서 그들 스스로 뒤집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해서 우리는 다음 20대 국회에서 원상회복을 기대합니다."

 신 회장의 열렬한 회원 사랑은 막힘이 없었고, 의욕이 넘쳤다. 헌정회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이유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화제를 돌려 요즘 벌어지고 있는 국회와 정부 간의 비생산적인 대결,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지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의 문제까지 지적하며 국회의 기능 마비를 우려하고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헌정회 나름의 안(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 의원들이 미흡한 것이 많지만 과거에도 여야 갈등은 심했어요.. 그러나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립을 하다가도 국가를 위한 일,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터놓고 얘기하고 애국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지금은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끝내 타협이 안 되면 표 대결을 통해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국회 선진화법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 원칙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죠. 반드시 선진화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우리 헌정회에서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신 회장은 국회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상당히 이색적인 논리를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발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는 하원 격인 민의원을 선출하고, 경륜과 균형감각을 갖춘 세대는 상원인 참의원을 구성한다면 나라가 세대간 이념 대립이 중화되고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겁니다. 양원제를 두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주목해야 합니다."

 고향인 충청도를 위해 신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에 많은 일들을 했다. 집권당 사무총장이란 자리는 당 3역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가장 힘이 센 자리였다. 그때 그는 예산이 부족해 건축이 중단됐던 충북대 병원 건립을 완결지었고, 오창산업단지 건설 실행 추진, KTX 오송역 설치, 행정수도 건설법 통과 등 굵직한 일들을 해낸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충북선대본부 고문으로 활약했다.

 ◇ 박근혜 정부와 현재의 국회에 대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은?
 "정권을 창출하는데 기여한 한사람으로서 현 정부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이 늘 잘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힘이 강해야 하는데 민주화 덕분에 정권의 안정은 약화됐어요. 여당이나 야당 대표들이 모두 대통령병에 감염돼 있는 것 같아요. 국가발전이나 북한의 위협 보다도 내가 대통령이 되고, 우리 계파가 돼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서 대국적 견지에서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대선병 걸린 사람들을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충청권 대망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노련한 정치 경륜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은 "충분히 가능하고 전국적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겸손하면서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더 요구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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