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박지영기자] 정말 그리웠습니다. 따뜻했던 고향과 가족의 품이...

'귀향' : 귀신 '귀(鬼)' 고향 '향(鄕)'

"타지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위안부 소녀들의 넋을 고향으로 모셔온다"

영화 '귀향' 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지난 2002년,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 봉사활동 중 만나게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뒤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4일 개봉한 '귀향'.

개봉 첫날 15만 4000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실시간 예매율 1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정래감독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영화가 한번 상영할 때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분의 영혼이 고향으로 오신다고 믿는다."

그가 말하는 기적이란 어떤 것일까요?

제작기간 14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국민 7만5270명.

배우들과 제작진의 재능기부.

이렇게 모아진 후원금 12억원.

총 제작비 25억원 중 절반가량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후에도 투자배급사와 개봉일 선정, 상영관 확보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위안부 영화라니 망하려고 하느냐!"

"그 영화가 흥행이 있겠어 ?"

"중국소녀를 주연으로 시켜주면 제작비를 지원할게요"

2월16일, 38개에 그쳤던 상영관은 24일 개봉 첫날 340개로 늘었습니다. (전국 340개 극장, 507개 스크린, 총 2114회 상영)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쏟아지는 청원.

"상영관을 늘려주세요"

그 힘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업체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만큼 강력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적의 영화 '귀향'.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제야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고경숙 (55‧대전 둔산동) :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 시대에 살았던 저의 어머니도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16살에 결혼을 하셨어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가슴 아픈 역사에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최병준 (28·청주 사천동) : "'귀향'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4년 만에 제작됐잖아요.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워요. 국가가 먼저 나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인데 국민들의 후원을 통해서 영화 제작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워요. "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

지난 20일 김경순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생존자는 44명으로 줄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순 할머니(90)

"내가 지금 90살이 다 돼서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힘들어서) 다 잊어버렸다"

위안부 피해자 평균연령 90세.할머니들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매듭 짓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우리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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