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스파니엘이었던 바비를 만나면서 애견미용을 시작하게 됐어요. 교회를 다녀오던 크리스마스 날이었어요. 산타복을 사기 위해서 동대문을 들리게 됐죠. 산타복을 구매하고 충무로 쪽을 지나오는데 애견샵이 보이더라고요. ‘구경만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들어가게 됐죠. 그곳에서 바비를 만났어요. 소처럼 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아이가 얼마나 예쁘던지 한눈에 반해 집으로 데려오게 됐어요. 저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죠. 당시에는 강아지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어요. 코카스파니엘은 피부병, 귓병이 많은 견종이에요. 미용사에게 맡기자니 ‘아이가 혼나지는 않을까, 잘 참아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배워서 미용을 해주자고 마음 먹었죠.”

“바비가 3살 정도 됐을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어요. 그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배를 눌러주면서 아이의 대소변을 받아냈어요.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났을까. 어느 날 외국 사이트에서 걷지 못하는 강아지를 위한 휠체어를 보게 됐어요. ‘바비도 걸을 수 있을까’ 라는 부푼 희망을 갖고 병원을 들렀죠. 그런데 그날 수의사에게 엄청 혼이 났어요. 이건 사람 욕심으로 키우는 거라고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봤냐는 말에 문득 정신이 들더라고요. 긴 고민 끝에 바비를 떠나보냈죠. 바비는 많은 것을 주고 간 아이에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저에게 왔던 아이가 마지막까지 애견미용사라는 또 다른 꿈을 선물해줬어요. ”

▲ 야옹아멍멍해봐 애견미용학원 조현숙 원장이 수강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29살 늦은 나이에 애견 미용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애견미용학원이 거의 없었거든요. 찾아보니 근처에 한곳이 있더라고요. 그곳에서 애견 미용을 처음 배우게 됐어요. 바비를 떠나보냈지만 애견미용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푸들이었던 오스카를 만나게 됐죠. 미용을 배우려면 푸들이 가장 기본이거든요. 제일 어렵기도 하지만 꼭 거쳐야 하는 견종이죠. 미용사들의 꽃이라고도 불려요. 오스카 때문에 쇼미용을 배우게 됐고 도그쇼 무대도 서게 됐어요. 지금은 17살 노령이에요. 저의 애견미용사 인생 18년을 함께 해준 고마운 아이에요. 지금도 아침만 되면 스스로 가방에 들어가요. (웃음) 그 가방에 들어가면 쇼를 나간다는 걸 잊지 않고요.”

“학원을 다니고 3개월 후에 바로 도그쇼를 나갔어요. 사실 협회 분들이 걱정도 많이 하셨죠. 너무 빠르다고요. (웃음) 보통 1년 안에 자격증을 2급까지 따거든요. 이후에는 애견샵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하게 되죠. 그런데 제가 1년 안에 1급을 땄어요. 또 견습이나 알바가 아닌 학교 강사로 출강을 하게 됐죠. 이후 스카웃제의를 받게 되면서 학원 원장도 맡게 됐어요. 이 모든 것이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에요. 짧은 기간 내 상당히 빠르게 된 케이스에요.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그때는 초창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운과 시기가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해요.”

“도그쇼를 위해서 밤을 새우며 연습을 하고 어떤 강아지가 좋다고 하면 꼭 가서 보고 만져봐야 할 만큼 열정적이었어요. 1등을 못하면 울기도 하고요. 버스에 앉아 있는 남자들 머리만 봐도 ‘아, 어떻게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그렇게 욕심을 부릴 만큼 애견 미용에 미쳤었죠. 하지만 지금은 떨어져도 웃으면서 나와요. 그 모든 과정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웃음)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 조현숙 원장과 학원 마스코트인 조자룡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옹아 멍멍해봐’는 원래 애견샵 프랜차이즈점이지만 애견미용학원은 이곳 뿐이에요. 작년 10월에 오픈했어요. 청주에는 최초의 애견미용학원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청주에는 전혀 연고지가 없어요. 다녔던 학원도 충무로였고 강의를 나갔던 학교도 서울과 경기도였거든요. 그랬던 제가 현재 학원을 같이 운영하는 공동대표님과 인연이 닿아 청주에 내려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수원에서 2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다녔어요. 이후에는 남편이 승진을 하면서 대전으로 오게 됐죠.”

“조자룡은 학원의 마스코트에요. 아직 8개월밖에 안된 푸들이에요. 평소에는 개구쟁이 같지만 쇼장에 들어가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져요. 사실 도그쇼에 출전하는 강아지들은 혈통이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쇼 출전을 위해서 특별한 관리도 필요해요. 매일 생고기와 영양제도 먹어야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도 몇천만원에서 억대까지 천차만별이죠. 일반인분들은 사실 이해를 못하세요. 하지만 도그쇼에서 빛나는 아이들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에요.”

▲ '야옹아 멍멍해봐' 미용학원 마스코트 조자룡.

“원생들의 연령층도 다양해요. 고등학생부터 주부들까지요. 저처럼 강아지를 직접 미용해주고 싶다는 분들도 있지만 요즘은 창업을 목적으로 배우려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예전에 비해 남자들도 애견 미용에 관심이 많은 추세에요. 사실 예전에 속상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배우는 분들은 80~90%가 여자인데 가르치는 사람은 80~90%가 남자라는 점이었죠. 왜 배우는 사람은 여자가 많은데 가르치는 사람은 남자들일까. 여자들은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여자 원장도 많아지고 있어요.”

“첫 제자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었어요. 저에게 배우고 따로 샵을 냈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그분의 아들을 또 제자로 만나게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자제자’에요. 제자들이 성공하는 모습들을 볼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죠. 학원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제자들이에요. 저를 믿고 김포에서 같이 내려와 준 제자도 있어요. 대학교 때 만났던 아이가 지금은 경력 10년차 선생님이에요. 저의 제자이자 직원, 동료라고 할 수 있죠. 누구보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야단도 많이 치지만 제가 없어도 혼자 설 수 있도록 끝까지 뒤에서 밀어주고 싶어요.”

“제자들의 성공이 가장 큰 꿈이에요. 그래서 욕심을 내보려고 해요. 사실 이제까지는 수많은 수상경력을 갖고 있어도 대외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저 때문에 제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적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먼저 나서서 길을 만들고 제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웃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