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서한솔기자]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곤혹스러운 일들!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일들. 여러분의 고민을 털어 놓으세요. 유달준 변호사가 명쾌하게 해결해드립니다.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인 K라고 합니다. 어느 날 급한 일로 인해 고속버스를 타고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날이 좀 더워서 가기 전 아이스커피를 사서 탔지요.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제 음료를 보더니 다 마시고 가는 것이 낫다며 음료수를 쏟을 위험이 있으니 갖고 타는 건 자제하라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료를 다 마시고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 다시 버스에 올라탔죠. 제 뒤에는 한 여학생이 탔는데, 탈 때부터 전화를 큰 소리로 하면서 좀 소란스럽더라고요. 버스에 본인이 혼자 전세를 낸 것도 아닌데 말이죠.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니까, 그냥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자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젖혔어요. 그때 뒤에 탔던 여학생이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여학생: 갑자기 의자를 젖히면 어떡해요? 음료가 쏟아졌잖아요.

K씨: 의자를 젖히는 건 제 자유 아닌가요? 어쨌든 미안하네요.

여학생: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죠. 제 핸드폰이랑 원피스가 음료에 젖었잖아요.

K씨: 그건 아니죠. 저도 탈 때 음료수를 들고 탔는데 다 마시고 버린 다음에 탔어요.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음료수를 들고 타면 쏟을 수 있다고 하신 말씀 못 들었어요?

여학생: 버스 탈 때 음료수를 들고 타면 안 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쨌든 제 옷 세탁비랑 핸드폰 수리비 보상해주세요!

K씨: 아니, 그렇게는 못해요!

저와 그 여학생의 실랑이는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추후에 연락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냥 의자를 젖힌 것 뿐 인데, 제가 정말 그 여학생에게 보상을 해 주어야 하나요? 궁금합니다!

 

서한솔 기자: 얼마 전 버스나 비행기 등의 좌석을 젖히는 것이 개인의 자유인가 아닌가를 두고 인터넷에서 의견이 오고가기도 했는데요. 이번 사연은 좌석을 뒤로 젖혔을 때 일어난 사건입니다. K씨가 아주 난감하셨을 것 같네요.

유달준 변호사: 네, 직장인 K씨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셨네요. 버스를 탈 때 음료수를 쏟을 위험이 있다하여 미리 마시고 음료수를 버리고 타셨는데, 의자를 젖히는 바람에 뒷자리의 다른 승객이 들고 탑승한 음료수가 쏟아졌다고 보상을 해달라니 충분히 억울해 하실만한 상황입니다.

서한솔 기자: 그렇죠. 저 같아도 정말 억울할 것 같은데요. 유 변호사님, 이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유달준 변호사: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보상해주어야 할 법적 책임은 없다고 보입니다. 상대방이 세탁비와 핸드폰 수리비에 대한 보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론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되는데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상 의무위반 또는 불법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서한솔 기자: 그렇군요. 버스 자석을 뒤로 젖히는 문제가 계약상 의무위반은 아니니까 법적책임은 없겠네요.

유달준 변호사: 네~ 맞습니다. K씨와 여학생 사이에는 어떤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객운송에 따른 계약관계는 승객과 버스회사에 존재하고, 승객들 사이에서는 계약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서한솔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의 여학생은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했으니 보상해달라는 주장인데요.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종종 있을 것 같아요.

유달준 변호사: 그렇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의 성립여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민법 제750조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엔 여학생에게 손해가 발생된 사실은 명백한 것으로 보이고, 그 손해는 K씨의 좌석을 뒤로 젖히는 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언뜻 보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서한솔 기자: 그렇군요. 버스나 비행기 등을 탔을 때, 의자를 뒤로 젖히는 것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일일이 뒷좌석에 음료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도 없는 문제고요.

유달준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결국 핵심이 되는 쟁점은 이와 같은 K씨의 좌석을 뒤로 젖히는 행위를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볼 수 있느냐가 될 것인데, 뚜껑이 닫히지 않은 음료수라면 일반적인 운행상황에서도 쏟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예견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버스 운행 중에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행위는 승객에게 충분히 허용된 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좌석등받이를 뒤로 젖히기 전에 그로 인하여 뒷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음료수가 쏟아질 것을 감안하여 사전에 예고를 한다거나 양해를 구할 것까지 법에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서한솔 기자: 네, 대부분 사람들이 여학생이 잘못했다고 볼 것 같은데요. 우선 자신이 마시려고 산 음료를 버스에 들고 탄 것도 본인의 책임이고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차가 흔들리기도 해서 음료가 쏟아질 수 있는 건데, 스스로 부주의해서 음료를 흘렸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유달준 변호사: 네. 이런 점 등을 고려한다면 K씨의 행위를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에는 버스 운행 중에 음료수가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를 들고 탑승한 피해자 측의 부주의가 손해발생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대폭 과실상계가 될 것이므로 수리비와 세탁비 전체를 그대로 물어주지는 않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결론은 어디까지나 소송으로 진행되어 법률적 다툼을 할 경우를 상정한 것입니다. 감정적 대립이 해소된다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부 배상을 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송은 개인의 감정적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수단은 아닙니다. 이러한 사안으로 실제 소송이 진행된다면 재판부에서는 거의 100% 조정에 회부하여 화해를 통한 합의를 도모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하고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서한솔 기자: 네, 오늘 유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신 손해배상책임의 조건들, 앞으로 잘 유념해서 이런 일로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유안법률사무소 대표 유달준 변호사님과 함께한 <똑똑한 수요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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