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스쿨은 외곽지역이 아닌 도심에 위치해 있어요. 대부분 훈련소들은 외곽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대형견이나 많은 강아지들을 수용해야 하고 짖는 소리 때문에 민원이나 항의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제가 도심을 선택한 이유는 훈련소가 강압적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어요. 몇몇 훈련소가 강압적으로 훈련시키는 모습들이 비춰지면서 다른 훈련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인식이 견주 분들에게는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너무 싫었어요. ”

“도심 한 가운데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강압적 훈련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훈련이 충분히 가능한 아이들도 있거든요. 목적에 따라서 강압적인 훈련도 필요하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도심에 있기 때문에 강아지를 받는데 제한이 있어요. 적은 수더라도 좋아요. 제가 감당 못하는 것보다 적은 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잘 훈련시키고 싶어요. 그만큼 자신도 있고요.”

 

“어릴 적부터 강아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어머니께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어요. 이름이 케니였거든요. 어머니가 매일 케니한테 아침, 저녁 두 번을 줬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케니 저녁을 깜빡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밥을 못 먹어서 강아지가 죽는다고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어요. 또 집 마당에 있는 개집에서 강아지를 끌어안고 자고 있기도 했고요. 오죽하면 제가 너무 심해서 혹시 병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깨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그래요. 너는 전생에 개였을 거라고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산전수전 다 겪었죠. 20대 초반에는 사업실패도 많이 했어요. 심부름센터부터 카페까지 해봤는데 결국에는 다 망하더라고요. 그때는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모든 것이 쉬워보였고 열정과 패기만 가득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사업을 접고 강아지 훈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 밑에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훈련사 관련해 여러 정보를 알아보던 중 지금의 스승님이 딱 눈에 보이더라고요. 한번 여쭤나 볼까 싶어 전화를 드렸어요.”

“왜 개를 배우려고 하세요?” 스승님의 첫 마디였어요. 그런데 대답 하는 데는 1초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제가 병일지 몰라도 사람 없이는 살아도 개 없이는 못 살겠다”고요. 그렇게 스승님과 인연이 닿아 8년 정도를 배웠어요. 처음 만난 날 다짜고짜 제 허벅지를 꼬집으시더라고요. 정말 아팠어요. 스승님이 그러셨어요. 훈련사는 절대 어떤 상황에서도 '아!' 소리를 내면 안된다고요. 훈련사는 그런거에요. 스승님께 혼도 많이 났죠. 그동안 책이나 TV, 인터넷에서 봤던 정보는 단지 참고일 뿐이었죠. 현실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지금은 특수인명구조, 특수탐지견 대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는 강아지를 보면 ‘아, 얘는 이렇구나’ 감이 와요. 그래도 이제 막 걸음마 뗐다고 봐요. 스승님은 거의 37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아직도 개에 대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어떻겠어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웃음)”

“중학교 때 키우던 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파요. 어느 날 어머니가 청소를 하려고 문을 열어 놓은 사이에 아이가 나가버렸어요. 문을 열어 놓고 기다렸는데 다른 날과는 다르게 안 들어오더라고요. 며칠 뒤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봤더니 역시나 저희 강아지였어요. 강아지가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었죠. 동네에 큰 대형견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공격성 때문에 말이 많았어요.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저희 강아지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그렇게 아이를 힘들게 떠나보냈어요. 그때 충격이 정말 오래갔어요. 반성도 많이 했죠.”

“무는 아이, 짖는 아이,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 등 훈련소를 찾는 아이들은 다양해요. 강아지를 좋아하면 유심히 보게 돼요. 문제 행동을 했을 때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요. 세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이럴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나라면 이렇게 해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중에 답이 있어요. ‘아 원하는 것이 이거였구나!’를 파악하게 되는 거죠. 원인만 알면 충분히 쉽게 고칠 수 있지만 그걸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에요.”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어떤 방법으로 강아지를 훈련시켰다고 해도 그 방법을 다른 강아지에게 똑같이 사용할 수 없어요. 사람도 각자 성격이 다른 것처럼 강아지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모른 채 ‘단순히 나도 훈련소 차려볼까?’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니까 어떡해요. 강아지가 말을 안 듣는다고 폭력이나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죠. 그건 훈련이 아니거든요. 훌륭한 훈련사가 정말 많은데 몇몇 분들로 인해서 나쁘게 본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워요.”

“마음도 아프죠. 견주 입장에서는 강아지가 문제 행동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강아지 입장에서는 정상 행동이거든요. "아이가 배변을 못 가려요" 사실 강아지가 바닥에 실례를 하는 것은 정상이거든요. 강아지는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에요. 무리에서 안보이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개들 입장에서는 정상행동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강아지들의 습성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어요. 서로간의 존중이 필요한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너무 사람처럼 대한다는 거죠. 그럼 아이들은 습성을 잃어버리고 없던 문제도 생기게 돼요.”

“훈련사니까요.  견주 분들의 요구를 듣고 고쳐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잖아요. 심한 문제견의 경우에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이 아이를 안받아주면 다른 곳으로 가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요. 극단의 상황을 생각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가 엄하게 훈련시켜서라도 집에 가서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액세서리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아지들도 의사표현을 하거든요. 좋은 사료, 간식, 옷, 영양제 이런 것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관심이에요. 산책으로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해요. 단순히 출근할 때 인사하고 퇴근하고 와서 밥먹고 씻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피곤하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문제 행동은 초기에 잡아주면 되거든요. ‘안돼!’로 시작해서 ‘안돼!’로 끝나는 교육방식이 아니라 잘못된 것과 잘한 부분을 파악해서 칭찬과 훈계를 반복해주는 것이 견주입장에서 굉장히 올바른 행동이에요.”

“스승님을 이기는 것이 제 꿈이에요. (웃음) 불가능하겠지만 이런 꿈이라도 있어야 제가 열심히 할 테니까요. 어떤 문제견이라도 저에게 오면 문제행동으로 받았던 미움을 사랑으로 바꿔 줄 수 있는 그런 훈련사가 되고 싶어요. 사실 또 하나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유기견들을 위한 재능기부에요. 견주님들과 모임을 통해서 기초 훈련부터 습관교육, 복종훈련, 특수훈련 등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사실 이 훈련을 제가 배우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그리고 견주분들께 받은 교육비는 전액 유기견센터에 기부 할 생각에요.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서 쓰여졌으면 좋겠어요. 현재 유기견센터 관계자 분과도 이야기가 됐고 공고도 한 상태에요. 많은 견주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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