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서한솔기자]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곤혹스러운 일들!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일들. 여러분의 고민을 털어 놓으세요. 유달준 변호사가 명쾌하게 해결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B라고 합니다. 갑자기 학교 수업 중 노트북 쓸 일이 생기게 됐어요. 마침 그때 노트북을 갖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수업시간에만 잠시 쓴다고 하고 빌렸습니다. 수업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트북 전원이 꺼지는 겁니다. 당황해서 다시 전원을 누르니 전원불도 안 들어오고요. 괜히 친구 노트북만 고장 나서 수업시간에 쓰지도 못했죠. 찝찝한 기분으로 수업이 끝나고 빌려준 친구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B: 내가 아까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키고 필기를 하는데, 노트북을 켠지 얼마 안 되서 전원이 꺼지는 거 있지. 원래 네 노트북 이러니?

친구: 응? 무슨 소리야. 나 지금까지 고장도 없이 잘만 써왔는데~ 너 내 노트북 고장 낸 거야? (노트북 확인 후) 어머 이거 왜 이러지? 왜 전원이 안 들어와?

B: 내말이 맞다니까~ 너 노트북 산지 좀 됐지? 아무래도 오래 써서 고장 난 것 같아.

친구: 아닌데 사용한지 딱 1년 되가는데, 일단 내가 수리업체에 맡겨놓고 올게.

B: 응 잘 수리하고 와~

친구가 별다른 말이 없더라고요. 내심 수리비 요구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AS센터에 노트북을 맡기고 온 친구가 저에게 수리비를 요구하는 거예요.

 

친구: B야 생각보다 비용이 꽤 나왔어. 전원공급기부터 그래픽카드까지 교체했어. 그리고 모니터도 새로 바꿨거든. 총 15만원이야. 그래도 싸게 해주신 거래.

B: 이걸 내가 다 보상하라는 말이야? 내가 얼마나 썼다고~ 그리고 고장 난 정확한 원인이 나 때문이 아니잖아. 가만있는 모니터는 또 왜 교체했는데?

친구: 아저씨가 모니터도 교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래도 이 노트북, 내가 쓸 때는 멀쩡했어. 에이~ 친구사이에 왜 그러니. 그럼 인심이다! 10만원만 줘.

친구는 제가 사용하고 있을 때 고장 난 거라며 박박 우기더라고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10만원을 친구에게 줬습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요. 그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분명 친구가 사용할 때도 그런 이상증상이 일어났을 거 아니에요. 친구가 좀 괘씸하면서 얄밉더라고요. 이런 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궁금해요!

 

 서한솔 기자: 네! 오늘 사연과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계실 것 같아요. 친구사이에 카메라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유 변호사님 이번 사연 어떻게 보시나요?

유달준 변호사: 네, 친구사이에 의가 상할뻔한 일이 일어났네요. 대학생 B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물어주게 된 수리비 10만원이 꽤 부담되는 금액일 것이고, 왠지 억울한 감정도 들 수 있습니다.

 

서한솔 기자: 그렇죠~ 본인이 정말 잘못했다면 보상비를 주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노트북을 빌려준 친구가 좀 얄미운 구석이 있네요.

유달준 변호사: 법률적으로 본다면 대학생 B가 친구에게 노트북을 잠깐 빌리는 것은 ‘사용대차’계약에 해당됩니다. 사용대차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 수익한 후 그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말합니다.

 

서한솔 기자: 아~ 친구 사이 간단하게 빌리고 빌려주는 데에도 일종의 계약이 성립하는군요! 잘 명시해야겠네요. 그럼 사용대차에는 어떤 계약조건들이 있나요?

유달준 변호사: 네~그렇습니다. 사용대차의 경우 빌린 사람이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회복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을 빌려주었을 때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워 빌려주었다면, 반환할 때에도 기름을 가득 채워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을 무상으로 빌린 후 방에다 여러 가지 인테리어를 하였다면 돌려줄 때는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빌릴 때의 상태로 회복하여 돌려주어야 합니다.

 

서한솔 기자: B학생의 경우도 빌려준 친구가 주장하는 멀쩡한 상태의 노트북, 빌려준 친구가 주장하는 원상태로 돌려줘야 하나요?

유달준 변호사: 이 사안에서 멀쩡한 상태의 노트북을 빌린 후 사용하다가 사용 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원칙적으로는 멀쩡한 상태의 노트북을 반환해야 합니다. 무상으로 빌려줄 때에는 그 물건 그대로 반환해야하기 때문이지요. 간단한 수리만으로 가능하다면 대학생 B는 간단히 수리를 하여 빌릴 때의 현상 그대로를 반환하면 되는 것입니다.

 

서한솔 기자: 꼭 ‘멀쩡한 상태’의 노트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겠지요?

유달준 변호사: 네. 제가 그럼 질문을 해볼게요. 만약 대학생 B가 멀쩡한 상태로 반환한 이후에 친구가 사용하다가 전원이 꺼지고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 전원공급기와 그래픽카드 교체비용 15만원이 발생되었다고 할 때 이를 대학생 B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서한솔 기자: 정황상으로 봤을 때는 노트북 주인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B학생이 아주 오랫동안 사용한 것도 아니고 이 학생 말처럼 그 정도의 수리비가 나올 정도면 빌리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죠.

유달준 변호사: 네 맞습니다. 법률상으로 노트북 주인인 친구가 대학생 B에게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용대차의 경우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 수익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노트북을 빌려 물에 빠뜨렸다거나, 땅에 떨어뜨리는 등의 잘못이 없고, 반환할 당시에도 문제가 없었다면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하여 사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한솔 기자: 아~ 이런 내용도 있군요. 문제없이 잠시 쓰다가 준 것이니까 계약 조건에 위반한 것은 아니죠! 가까운 사람에게 물건을 잠깐 빌리거나 빌려주는 일 많잖아요. 이렇게 간단하게 빌리고 빌려줄 때에 명시해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유달준 변호사: 누군가에게 물건을 빌려 사용한다면 사용상의 주의점은 없는지, 빌릴 당시에 차용물의 현황이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반환할 때에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여 이상이 없음을 상호간에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서한솔 기자: 네! 자신의 물건이 아닐 때에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오늘 좋은 답변주신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유달준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똑똑한 수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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