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고유한 기술력과 핵심인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으므로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영업비밀보호서약이나 경쟁업체로의 전직금지서약 등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모두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전직금지약정의 경우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전제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 '경제야 놀자!'에서는  판례를 중심으로 전직금지약정이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요건과 그 핵심적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영업비밀의 범위, 그리고 전직금지약정 위반 시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요건

판례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①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 범위 내인지, ② 근로자의 회사에서의 지위는 어느 정도인지, ③ 담당한 직무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④ 전직금지기간의 장단은 어떠한지, ⑤ 전직금지의 지역적 범위는 어떠한지, ⑥ 전직금지 대상 직종은 어떠한지, ⑦ 전직금지의무에 대한 보상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특히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판단요소로서 전직금지약정의 전제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업비밀 보호 목적 범위 내인지’이다.

 

 

2. 영업비밀의 범위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이를 요약하면, ① 비공지성 또는 비밀성(‘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② 경제적 유용성(‘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③ 비밀관리성(‘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중에서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그 판단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으나, 비밀관리성은 그 내용과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영업비밀의 요건으로서의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합법적ㆍ일상적 수단이 아닌 ‘부정한 수단’에 의하지 않으면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관리노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영업비밀이 저장되어 있는 매체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의 통제(보안시스템, 비밀번호의 설정 등), 영업비밀 담당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부과, 거래상대방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부과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3. 전직금지의 기간

전직금지기간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자의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게 되어 법률상 그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판례도 “약정에 따른 피신청인들에 대한 경업금지기간은 피신청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생존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각각 퇴직 후 1년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07.3.29. 2006마1303 결정).”라고 판시함으로써 해당 영업비밀의 존속기간 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등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약정된 기간보다 감축시켜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6개월 ~ 3년까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1년 정도의 범위 내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전직금지약정 위반 시의 조치

▶손해배상청구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한 경우 근로자가 이에 위반하여 경쟁업체 등에 취업하면 전직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민법 제390조).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일정한 손해배상의 예정을 하는 이른바 위약금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예정의 금지)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되나,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관계 존속 중 강제근로를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퇴직 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전직금지약정상의 위약금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며, 판례(서울고법 2001나1142 판결 등)와 행정해석(근기 01254-1732)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직금지청구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한 경우 근로자가 이를 위반하면 전직금지약정상의 전직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전직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참조).

한편, 전직금지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에 의해 그 근로자로 하여금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 있는 물건의 폐기 청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하면서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영업비밀이 기재된 노트, 디스크 등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5. 영업비밀 침해 시의 조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자에 대하여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1조에 근거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고소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에서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국내외로 유출하는 경우에 대해 엄중한 형벌에 처벌하고 있으며, 동법 제18조의2와 제18조의3에서는 미수와 예비ㆍ음모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영업비밀보호서약서나 전직금지약정서 등을 받는 것이 무조건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약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며, 불행히도 일이 터지고 말았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법적 조치들을 취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력>

△ 대전고등학교 졸업

▲ 한정봉 공인노무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現)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現)

△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前)

△ 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現)

△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現)

△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現)

△ (주)굿앤굿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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