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기자회견서 朴 탈당 공개 요구
같은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직 사퇴
하태경도 "하야에 준하는 2선 후퇴를"
정우택은 "야당 공세에 부화뇌동" 질책
이정현 "대통령 돕게 해달라" 퇴진 거부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새누리당 내에서 금기시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2선 후퇴의 요구가 터져 나왔고, 동시에 이정현 대표 체제도 사퇴 압박을 받으며 출범 90일 만인 7일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탈당과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며 "대통령은 당의 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비주류 모임, 대권 주자 회동을 통해 비박(비박근혜)계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친박 주류를 상대로 본격적인 행동 착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강석호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회견 직전 최고위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 문제는 당에서 건의대로 됐고, 우리 당 지도부는 소임을 다 했다"면서 "새로운 인물로 당명, 당 로고까지 바꾸는 혁신적 작업이 없다면 대선에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되돌리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이 적극 개입한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관련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이제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 하야에 준하는 2선 후퇴를 단행해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비난하는 반대 의견도 쏟아졌다.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전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대통령의 탈당을 비롯해 야당의 공세에 부화뇌동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질책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과 각 당 대표가 한 자리에서 흉금을 터놓고 국정 정상화의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이지 탈당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은)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대전 동)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연일 제기되는 국기 문란 의혹 사건 대부분은 김 전 대표 시절인 2014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이뤄진 국가 정책이나 사업들"이라며 김 전 대표 책임론을 언급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청은 수레의 두 바퀴"라며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은 엄연한 진실로, 18대 대선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으며 직전 새누리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해주길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이정현 대표는 당장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이날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움에 처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 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면서 "똘똘 뭉쳐서 일단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절대 머지않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득한 데 이어 이날 발표할 발언 원고를 직접 작성하며 사태 수습 의지를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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