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 흔들기 못참겠다"
이정현 로드맵 중심 수습 나서
비박 "대통령 비서 역할 그만"
외곽서 총사퇴 촉구 수위 올려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이 불거진 이후 잔뜩 몸을 낮춰왔던 친박 주류 측은 이 대표가 비주류의 요구를 수용해 사퇴 일자를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지도부 흔들기가 계속되자 '참을 만큼 참았다'는 판단 아래 비주류의 집단 행동을 해당행위로 규정하며 더는 피하지만은 않겠다는 분위기다.

주류 핵심 당직자는 16일 "사람이 물에 빠지면 일단 건져놓고 봐야 하는데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주류의 이런 집단 행동은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참는 데도 정도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다른 주류 의원도 비상시국위 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비주류 대선 주자들을 겨냥해 "'옥새 파동'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역할을 해보려고 한들 국민 중 누가 관심 있게 지켜보겠느냐"면서 "또 서울시장을 야권에 넘겨준 오세훈 전 시장, 경기도를 버리고 대구 텃밭에서 출마했다가 떨어진 김문수 전 지사야말로 진짜 자숙할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주류는 비주류의 비상시국위 활동에 정통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 주말 이 대표가 내놓은 로드맵을 중심으로 수습 절차를 밟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비주류 측은 외곽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상대로 총사퇴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가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 소속 대선 주자들을 겨냥해 "지지율 합쳐 10%도 안 되는 대선 주자들이 당에 먹칠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그 말을 지지율 5% 밖에 안 되는 대통령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되느냐. 결국 이정현 입으로 대통령 하야라는 말을 에둘러 한 게 된다"면서 "자기 발언이 대통령에게 그대로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라고 비꼬았다.

독일 출장 중인 남 지사는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새누리가 해체 후 재창당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도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를 겨냥, "그 말솜씨를 '대통령께 직언을 고하는 데' 쓰셨으면 지금 이 사태까지 왔을까"라고 가세했다.

김 전 경기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새누리는 비상시국에 박근혜 옹호하고 대변하는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비서 역할을 그만 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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