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서한솔기자]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곤혹스러운 일들!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일들. 여러분의 고민을 털어 놓으세요. 유달준 변호사가 명쾌하게 해결해드립니다.

 

<김주원씨 사연> 어이없는 피의자 차량 때문에 출근길 아침부터 기분을 망친 하루였습니다. 신호등이 빨간불이 켜져서 저는 제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차에 퍽! 소리가 나는 거예요. 제 차를 추월하던 차량이 백미러를 치고 간 겁니다. 순간 저는 깜짝 놀랐죠. 치고 간 그 차가 멈춰 서더니 타고 있던 운전자가 내렸습니다.
 

길라임: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 쪽 차가 너무 옆에 있어서 제가 지나가는데 어려웠잖아요.

김주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기 안보이세요? 저는 제 차선에서 신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아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죠.

길라임: 무튼 그랬다고요. 어쨌든 죄송합니다.

김주원: 제가 지금 출근길이어서 시시비비는 나중에 보험 통해서 해결하면 되니까요. 연락처 일단 주세요.

길라임: 제가 왜 연락처를 드려야 하나요? 그쪽 과실이 있으니 보험처리해도 5대5 반반이에요. 번호 못 드려요!

김주원: 어디서 5대5 반반소리가 나와요? 과실은 무슨 과실입니까?

그렇게 제 차 백미러를 치고 간 피의자 차량은 화를 내고 가버렸습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정말 기분이 불쾌했습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건 기본인데, 연락처 주기 싫다며 화를 내고 가버리더군요. 피의자 말로는 백미러가 쓸리는 경미한 사고라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어두긴 했지만 차량번호는 적어두었어요. 저는 곧바로 경찰서로 가서 현재 차 백미러 상태와 피의자 차량번호, 차주를 확인했습니다. 경찰관분들이 CCTV 확인 후 길라임 차량의 잘못이 맞다며 백미러가 치이면서 아예 나갔다고 교체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경찰서에서 피의자 길라임 씨의 차량 번호를 확인해 연락했습니다. 통화해보니 사실은 본인 명의 차도 아닌 친구 차를 대신 운전했다며 그제서야 사과하더군요.

 

저는 일단 경찰서에 와서 신고를 했지만 이렇게 무대포식의 피의자 차량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요? 그리고 요즘 경미한 사고의 경우, 허위·과다·입원·보험사기 등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위한 ‘마디모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는데요. 만약 피의자가 이 마디모를 신청했다면, 상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서한솔 기자: 오늘은 자동차 사고 피의자가 피해자와 합의 없이 도주한 사건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요즘 자동차보험이 활성화돼 있어 과거보다 사고처리에 신경 쓸 필요가 많이 없어졌는데요. 이 사연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유달준 변호사: 네~ 자동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그로 인한 법적 분쟁도 많아졌습니다.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각 보험사끼리 사고내용을 확인하고, 과실비율을 조정해서 사고처리를 하게 되므로 운전자가 신경 쓸 일은 별로 없지만, 이런 사건처럼 상대방이 제대로 사고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좀 복잡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서한솔 기자: 그렇군요. 김주원 씨의 사연이 흔한 케이스는 아니죠. 보통 이런 경험에 처했다면 피의자가 많이 당황해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발을 동동 구를 것 같은데요. 우선 교통사고 처벌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까요?

유달준 변호사: 네~ 운전이라는 업무를 하는 와중에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되나, 특별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의율이 되게 됩니다. 누구나 교통사고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다만, 신호위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 11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사정이 있거나,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는 범죄인 소위 뺑소니를 범한 경우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서한솔 기자: 아 그렇군요~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현장을 이탈하면 뺑소니에 해당하니까요. 피의자는 애초에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보험처리 등에 관해 피해자와 충분한 협의를 해야겠네요.

유달준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자동차사고의 경우 과실이 쌍방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시시비비를 가림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블랙박스가 상용화되면서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상대방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을 경우엔 2가지 범죄에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에도 자신의 신원을 알리고,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구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로 처벌을 받게 되고, 피해차량이 손괴가 되어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후속조치가 필요함에도 무단히 현장이 이탈하면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서한솔 기자: 사연 피의자인 길라임씨가 합의 없이 도주했다면 뺑소니와 함께 도로교통법 위반에 속하게 되는 거네요. 그럼 이 경우 당황한 피해자는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달준 변호사: 네!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이 사안처럼 상대방이 무단히 현장을 이탈한다면 차량의 종류, 색깔, 차대번호, 운전자의 연령, 인상착의, 사고장소, 이탈경로 등을 자세히 경찰에 신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서한솔 기자: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깐 반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미한 사고이고 실제 상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허위 또는 과다한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타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마디모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 변호사님,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평가를 내리는 건가요?

유달준 변호사: 네~ 이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과 차량의 파손상태, 충돌부위, 탑승자의 신체조건,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상황을 시뮬레이션화하여 탑승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감별하는 방법인데요. 김주원 씨의 사고를 예로 들어서 단순히 백미러를 치고 간 정도라면 차량수리비를 보상받는 것은 별개로 하고, 유의미한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서한솔 기자: 프로그램 작동 시 몸이 흔들리는 정도가 크지 않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피해자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정하는 것이겠군요.

유달준 변호사: 네~ 그렇지만 사람의 몸은 신비해서 객관적인 충격의 정도에 비해 심각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CRPS를 앓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처럼요. 만약 경미한 사고지만 주관적으로는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을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자세히 밝히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허위 또는 과도한 치료를 받았다는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한솔 기자: 네! 보험사기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나이롱환자는 판별해야겠지만요. 반대로 무분별한 마디모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정작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주신 법무법인 유안 대표 유달준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똑똑한 수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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