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신탁’이라는 용어는 생소하고, 대부분 부동산 개발 시 활용하는 제도 정도로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신탁’이라고 하면, 아마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구입하는 ‘명의신탁’ 이나 퇴직연금신탁, 신탁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정도를 떠올리기 쉬울 것 같다.

그런데 신탁제도는 특별한 기능을 갖고 있고, ‘신탁’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신탁이란 위탁자(맡기는 사람)가 수탁자(맡는 사람)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의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의미한다.

결국 신탁에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의 3자 관계가 존재하고, 수익자는 위탁자 본인이 될 수도 있고 제3자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부동산을 활용한 금융편의 조달 시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위와 같이 재산신탁을 하게 되면 위탁자의 재산권이나 수탁자의 고유재산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위탁자나 수탁자가 회생이나 파산의 도산절차에 진입하더라도 신탁재산은 도산절차의 효과를 받지 않는데, 이를 ‘도산절연기능’이라 한다(신탁법 제24조).

 

예컨대 A씨가 시가 10억 원 상당의 토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한 후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위 신탁된 토지는 신탁 목적에 따라 그대로 수탁자 명의로 보존될 뿐 파산재단이나 회생절차의 재산목록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전 대여 시 채무자의 도산절차 진입이 염려된다면, 단순히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보다는 담보신탁을 유도하는 것이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신탁법 제22조에 따라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국세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신탁법 제23조에 의하여 개인인 수탁자의 상속재산에 속하지 아니하고 수탁자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담보신탁을 통한 담보기능, 신탁목적에 따른 수탁자의 재산관리를 통해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로 인해 최근에 부동산신탁 뿐만 아니라 금전이나 유가증권과 관련하여 금융기관에서 다양한 유가증권 신탁, 투자신탁 상품 등을 출시하고 있고, 투자와 관계없이 가족 관계 내에서도 신탁을 활용해 ‘유언대용신탁’, ‘후견신탁’, ‘장애인특별부양신탁’ 등의 새로운 유형의 신탁이 생겨나고 있다.

1. 유언대용신탁이란 부모의 사후에 자녀가 수익권을 갖는 것으로 내용을 정하는 신탁이다(신탁법 제59조).

부모가 자녀에게 전 재산을 생전증여를 한 후 자녀들로부터 부양도 받지 못하거나 자녀들의 망은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미 증여행위를 완료한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민법상의 제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부모 생전에는 부모가 수익권을 갖고 사후에 자녀가 수익권을 갖는 내용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한다면 부모 생전의 노후 생활과 사후 상속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한 제도라고 평가된다.

또한 유언대용신탁의 내용은 신탁자인 부모가 수탁자와 다양하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민법상의 유류분제도의 제한을 받는 유언제도보다 부모의 진의에 충실하게 상속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 후견신탁이란 미성년자 또는 성년을 위한 후견인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후견인인 미성년자 또는 성년을 수익자로 하는 신탁을 의미한다. 피후견인인 미성년자나 성년자의 안정적 생활 유지와 자산관리 측면에서 유용하고, 후견인의 재산관리의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효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3. 장애인특별부양신탁이란 스스로 재산관리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신탁으로서 장애인의 부모 등 자산가가 신탁자과 장애인 부양 목적의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을 둔 부모로서는 자신들의 사후 장애를 가진 자녀의 안정적 생활을 염려하여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와 같은 불안과 염려를 덜어줄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신탁 수익은 전부 장애인에게 지급이 되어야 하므로, 수익자는 장애인에 국한된다.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 외에도 수익자가 사망할 경우 신탁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신탁행위로 지정된 제3자가 수익권을 갖는 내용의 ‘수익자연속신탁’이라는 제도도 있다(신탁법 제60조).

신탁이라는 ‘매직키’를 활용하여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자녀에게 효도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물질만능 세상에서 자녀에게 ‘자녀의 도리’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할 수도 있는 유언대용신탁은 합리적인 부모자녀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 수료

▲ 설은주 법무법인 이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대표

△㈜굿앤굿 자문 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부부들’ 출연

△(전)서울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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