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봉 공인노무사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긴다.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사원판매라는 명목으로 자사 제품을 강제적으로 직원들에게 할당하고 임금의 일부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하는 경우까지 있다. 경영사정이 어려워져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사업주의 입장도 딱하기는 하지만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근로기준법은 임금지급에 대한 4대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 임금지급의 4대 원칙

(1) 관련 법규정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아래와 같이 ① 통화지급의 원칙, ② 직접지급의 원칙, ③ 전액지급의 원칙, ④ 정기지급의 원칙이라는 임금지급의 4대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109조는 이를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09조(벌칙) ① 제43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43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2) 통화지급의 원칙

▷ 통화지급의 원칙은 임금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제통용력 있는 통화(한국은행권과 주화)로 지급해야 하고, 상품권이나 주식, 어음, 기타 현물로 지급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는 현물급여(truck system)를 통해 근로자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회사의 잉여 제품을 지급하여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임금확보에 지장을 주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 그렇다면 사실상 통화와 다를 바 없이 거래수단으로 사용되는 달러나 유로화, 엔화 등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일까? 위법이다. 달러나 유로화, 엔화 등 외국화폐는 우리나라에서 강제통용력을 가진 화폐가 아니라 사실상 거래수단으로 사용되는(이를 ‘유통’이라 함) 화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임금 68207-55, 2002. 7. 29. 참조).

▷ 단체협약으로 정한 경우에는 조합원에 한하여 임금을 현물, 주식, 상품교환권 등으로 지급할 수 있으나, 임금의 일부만 가능하고 전부를 현물이나 주식 등으로 지급할 수는 없다.

 

(3) 직접지급의 원칙

▷ 직접지급의 원칙은 임금을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근로자의 생존의 기본이 되는 임금을 중간에 다른 사람이 가로채거나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즉,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들어가게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은 근로자의 친권자, 후견인, 대리인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 금지되고, 미성년자인 근로자의 부모에게 지급하는 것도 금지된다.

▷ 임금을 근로자의 은행계좌로 입금하는 것은 직접지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그런데 근로자가 자신의 은행계좌가 아닌 부인 등의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 경우에도 근로자 본인의 요구에 의한 것이므로 직접지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근로자의 요구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타인 계좌로의 입금 신청서 또는 요청서 등의 서면을 받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사용자는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까? 대법원은 임금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금의 양도는 가능하지만 추심권은 여전히 근로자에게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88.12.13, 87다카2803). 따라서 임금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도 사용자는 양수인에게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되며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 근로자의 채권자가 근로자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임금채권을 압류하거나 전부명령을 받아 회사로 통지가 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임금채권이 압류되거나 전부명령을 받아 채권자인 제3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직접지급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근기 01254-5025, 1987.3.31.). 다만, 압류가 가능한 금액은 급료ㆍ연금ㆍ봉급ㆍ상여금ㆍ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어 있는데(민사집행법 제246조), 세금공제 후 월 150만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압류가 금지되므로(민사집행법시행령 제2조, 3조) 세금 공제 후 150만원까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4) 전액지급의 원칙

▷ 전액지급의 원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없고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생계수단인 임금의 전액 확보를 통해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지 않도록 보호하려 것이다.

▷ 그러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의한 공제는 가능한바, 법령에 의해서 공제가 인정되는 것은 근로소득세, 주민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료, 고용보험료 등이고, 단체협약에 의해서 공제가 가능한 것은 노동조합비(check-off system), 소비조합 구매대금 등이다.

▷ 임금을 가불한 경우, 계산 착오로 임금이 초과지급된 경우에는 공제가 가능할까? 가불임금은 임금지급일이 되기 전에 미리 지급한 것이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임금만 지급해도 전액지급의 원칙 위반이 아니다. 또한, 잘못 계산했거나 착오로 초과 지급된 임금과의 일방적인 상계는 가능하다(대법원 1995.12.21., 94다26721).

▷ 근로자가 임금채권을 포기한 경우에도 전액을 지급해야 할까? 이미 임금채권이 발생한 경우에 근로자가 스스로 임금채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지급하지 않더라도 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만 임금의 포기는 근로자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동의ㆍ수권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9.29, 99다67536).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장래의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8.3.27, 97다49732).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ㆍ상여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 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이상 사용자와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6.28, 2007도1539).

▷ 회사가 근로자에 대해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이나 대여금채권 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임금과 상계할 수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해서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10.23, 2001다25184).

 

(5) 정기지급의 원칙

▷ 정기지급의 원칙은 임금을 매월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매월 일정한 기일에 임금 지급을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1.2.23, 2001도204).

▷ 매월이라 함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를 의미하고, 일정한 기일이라 함은 변동되지 않는 특정일(10일, 25일 등)을 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기일이 주기적으로 도래하여야 한다. 따라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등으로 지급일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월 정기지급이라고 할 수 없으며, 연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연봉을 월할하여 매월 일정기일에 지급해야 한다.

▷ 임금의 지급기일을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임금지급기일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그 후에 임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더라도 정기지급의 원칙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대법원 1985.10.8, 85도1566).

▷ 정기지급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의 출근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정근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을 계속하여 근무한 경우에 지급되는 근속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ㆍ능률수당ㆍ상여금, 그 밖에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정기지급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허용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생계보호를 위해 임금지급의 4대 원칙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주는 이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며, 특히 근로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이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임금에서 공제하거나 임금의 일부를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약력>

△ 대전고등학교 졸업

▲ 한정봉 공인노무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現)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現)

△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前)

△ 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現)

△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現)

△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現)

△ (주)굿앤굿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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