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생절차 진행 여부에 대하여 법률상담을 진행한 A씨는 실제 채무는 3억 원인데 채권자의 요구로 30억 원의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해주었다는 말을 해서 필자가 대경실색한 경험이 있다. 실제 채무의 10배나 되는 금액으로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해줄 수밖에 없었던 다급한 사정이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점은 약속어음공정증서가 갖는 법률적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그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집행권원’이라는 것을 필요로 한다. 집행권원이란 일정한 사법상의 금전지급청구권의 존재 및 그 범위를 표시하고 그 청구권에 강제집행력을 인정한 공정의 문서를 의미한다.

 

집행권원의 구체적 예로 흔히 아는 법원의 판결, 조정조서, 화해권고결정 등이 있고, 그 외에도 당사자의 진술에 따라 공증인 또는 법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법무법인이 작성한 증서도 집행권원이 된다.

또한 공증인법은 『공증인은 어음·수표에 부착하여 강제집행을 인낙하는 취지를 기재한 공정증서를 작성할 수 있고, 이 증서는 민사집행법 제56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어음 또는 수표에 공증된 발행인과 배서인 및 공증된 환어음을 공증인수한 지급인에 대하여는 집행권원으로 본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약속어음공정증서를 가진 채권자는 민사소송절차 없이 곧바로 공증어음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A씨의 채권자도 A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카드매출채권에 대하여 곧바로 30억 원을 청구금액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라는 강제집행을 신청함으로써 유동성에 큰 문제가 발생해 회생절차를 타진하게 된 것이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채무자는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청구금액이 실제 채권액과 상이함을 이유로 청구이의의 소 또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강제집행절차는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별도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야 하고, 현금이나 보증보험증권발행 등으로 담보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A씨의 경우는 강제집행채권자가 여러 명이어서 배당절차까지 진행되었고, 배당기일에 출석해서 이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대로 배당이 확정되어 배당이의의 소도 제기할 수 없는 매우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에도 채권자를 상대로 실제 채권액와 이자액을 초과하여 배당한 금액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구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채권자가 자신의 명의로 금전이나 다른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승소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만약 채무자의 채무자가 위와 같이 실제 채권액을 초과한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해 전부명령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컨대 B가 C에게 임차보증금 1억 원에 주택을 임대하였는데, C의 채권자 D가 1억 원을 채권으로 하는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해서 C의 B에 대한 1억 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그 결정문이 B에게 송달되었으나, C는 D의 실제 채권은 8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경우에 B는 D에게 얼마를 변제해야 되는 것일까?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3항은 『전부명령이 있는 때에는 압류된 채권은 지급에 갈음하여 압류채권자에게 이전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 제231조는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에는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위 사례에서 B)에게 송달된 때에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본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채권 자체가 전부채무자로부터 전부채권자에게로 이전되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실제 채무액을 초과하는 액수의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전부명령의 효력에 대하여 “그 공정증서에 표시되어 있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촉탁에 의하여 그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이 확실하다면 그 공정증서에 의한 강제집행인 전부명령을 무효라고 하기 어렵고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액의 한도에서 그것을 전부채권자에게 변제하면 완전히 면책된다 할 것이다.” 라고 판결한 사례들이 있으므로, B는 D에게 1억 원을 전부 변제해야 채무를 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C는 D의 전부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통해 다투지 않았다면 별도의 소송절차를 통해서 2천만 원을 반환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약속어음공정증서는 소송절차 없이도 그 자체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채무자의 채권, 동산 및 부동산 등 각종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진 것이므로, 신중을 기하여 작성해야 한다.

만약 다른 채권자를 해하기 위하여 채권자와 결탁하여 실제 채권액보다 초과하여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작성해주어 피해를 입게 된다하더라도 그 채권자에 대한 형사적 책임조차 묻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 수료

▲ 설은주 법무법인 이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대표

△㈜굿앤굿 자문 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부부들’ 출연

△(전)서울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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