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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야 놀자!] 보험금 면책 및 부제소 합의 취소
박지영 기자  |  news02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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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7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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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임신 중 태아 B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사와 일명 태아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보험계약의 주요 내용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에 그 상해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라는 것이었다.

A는 6회의 보험료를 납부한 후 딸인 B를 출산하였는데, 출산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의심되어 제왕절개를 통하여 출산을 하였고, B는 출산 과정에서 태반을 흡입하여 호흡곤란 등의 태반흡입증후군을 보이므로 기관 내 튜브를 삽관하여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를 취한 후 상급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다. 그런데 B가 이송 중 위 튜브가 빠지는 일까지 더해져 B는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B의 저산소성 뇌손상을 초래할 만한 ‘선천성, 유전성 질환’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A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보험사의 위임을 받은 손해사정사는 A에게 “이 사고는 분만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의료행위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보험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보험금 면책처리에 동의하고 부제소합의를 해라”라고 하므로 A는 그 설명을 듣고 보험금 면책 및 부제소합의서에 서명날인을 하였다.

   
 

그런데 이후 A는 보험사를 상대로 위 합의를 취소한다고 하면서 보험금 지급청구 소송을 하였다. 과연 A의 청구는 인정될까?

통상 면책합의라는 것은 책임이 있거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자에게 책임을 면제해주겠다는 약속이고, 부제소합의는 당사자간의 분쟁을 종결하는 것을 약정하는 화해계약을 말한다.

부제소합의에 관한 개념을 고려할 때, A의 청구는 합의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우리 민법은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 민법 제733조 단서는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예외적 취소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대상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취소 사유로 해석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쌍방 당사자가 화해계약을 하게 된 전제사실에 착오가 없었다면 화해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사건에서 “A는 B에게 발생한 상해가 보험사고가 아니라는 손해사정사의 말을 신뢰하였고 그것이 사실인 것을 전제로 ‘보험사의 면책 및 부제소합의서’에 서명한 것이지만, B에게 발생한 뇌손상은 선천적·유전적 질환과 무관하고 통상적인 분만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아니므로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며 A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A는 화해계약의 전제사실인 ‘B의 뇌손상은 보험사고가 아니라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라는 손해사정사의 말이 사실인 것처럼 착오를 해서 부제소합의라는 화해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민법 제733조 단서에 따라 부제소합의를 취소할 수 있고 보험사는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인 면책사유에 대하여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점도 중요한 판단이유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수많은 보험 상품을 접하고, 유선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상세하고도 구체적인 명시·설명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보험사는 자신들의 의무를 다 이행했다는 것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 통화내용을 녹취하면서 속사포 같이 빠르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읽어주지만 보험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내용을 이해는커녕 알아듣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험소비자는 보장금액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보고 청약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험금 청구를 거절당하거나 보험사의 합의제안서에 동의를 하기 전에 반드시 보험약관 등을 챙겨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질없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헌납하는 일을 예방하는 차선의 방편이다.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 수료

   
▲ 설은주 법무법인 이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대표

△㈜굿앤굿 자문 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부부들’ 출연

△(전)서울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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