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면 공급자가 '영농조합법인' 또는 '영어조합법인'인 경우가 많다.

경쟁력 있는 농어업경영체를 육성하고 농어업의 공동경영을 활성화하여 국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과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나아가 농어촌사회의 안정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에 따라 농어업인들이 경영활성화나 생산성 제고를 위하여 영농조합법인이나 영어조합법인을 만들어 공동경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영농조합법인이나 영어조합법인과 물품거래를 한 상대방이 거래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거래 당사자인 법인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도 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예컨대 계란공급업자 A가 영농조합법인 B에게 계란을 공급하였으나 B로부터 그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조합원 개인들을 상대로 대금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문제된 사건이 있다.

 

일반적으로 법인과 거래할 경우, 그 거래계약의 채무를 부담하는 자는 법인에 국한되고 그 구성원들이 계약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반면 조합채권자는 조합원들에게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또는 균일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위 사례에서 A가 B의 조합원들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B의 법적 성질을 법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합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하급심에서는 법인인 B만이 A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5. 1. 6. 법률 제129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농어업경영체법'이라고 한다) 제16조는, 제3항과 제7항에서 영농조합법인은 법인으로 하되 영농조합법인에 관하여 위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어떤 단체에 법인격을 줄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는 점 등에 비추어 구 농어업경영체법은 영농조합법인의 실체를 민법상의 조합으로 보면서 농업생산성의 향상 등을 도모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조합체에게 특별히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라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사례에서 A는 민법 제712조에 따라 B의 조합원들에게 계란 대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조합채무가 특히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함으로써 B의 조합원들은 각자의 지분 비율이나 균등한 비율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서 A에 대한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조합원 개개인에 대한 지분 비율에 따른 권리만 갖는 것보다 조합원 개개인 모두에게 연대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채권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강제집행 측면에서도 효율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수료

▲설은주 법무법인 이강 대표

법무법인 이강 대표

㈜굿앤굿 자문 변호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주빌리은행 이사

굿앤굿 실전자산설계아카데미 법률강사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 부부부등’ 출연

(전)서울중앙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