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일기
고정관념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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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익 청주교육청 초등교육과장 |
인기와 자리에 전혀 무관한 사람들까지 무차별학위와 출신교 조작이란 껄끄러움으로 세간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다. 사실, 독학이나 짧은 가방끈으로소위 '짱'과 '꼭대기'탈환은 몇 배 힘든 값진 승리인데, 그놈의 가짜 때문에 화근이 되어 미움도 컸고 오히려 솔직한 고백이 양심을 찌르는 송곳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제, 출신 학교나소지 학위의 보풀은 뜯어내고 자신의 특기 적성에 부합한 훈련이나 학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능력과 비젼적 혜안을 지녔는가가 존중되고 인정 순위로 꼽혀야 할 때가 됐다.
요즘 직종과 직렬을 가리지 않는 구직의 참담함이 오죽했으면 전쟁이란 표현으로 준엄할 수 밖에 없다.
합격과 불합격은 본인의 땀만이 판명해 줌을 어쩌겠는가. 최근들어 부쩍 지역 간 교육의 질적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양극화 현상의 해소 방안으로 공감의 한목소리를 끌어내고 국가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 있음을소리 높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편중된 선입관을 잊기 위해서 일게다. 어떤 조직에서든 망초꽃 같은 평판을 따낸 사람은 성공의 dna를 먼저 쥔 셈이다.
학교마다 방학계획에 분주하다. 대부분 초중학교 경우, 학생들의 조기 개능발굴과 신장을 위한 프로그램, 준거활동 캠프를 마련하여 모름지기 자기를 내적으로 키워가는시간을 마련했는가 하면,고등학생들 역시 낮은 곳에서 날개를 달고 졸음까지 묻으며 무던히 벽을 오르는 담쟁이 넝쿨의 기인 인내처럼 갖은 유혹과 끓는 피의 정열을 수능준비에 쏟아부을 작정으로 방학이나 휴가 쯤 아예 생각 밖 낱말 아니겠는가?
대학을 나오고도 지리한 해를고시원이나도서관에서 넘겨야 하고, 또 다른 대학에 편입학 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실업탈출 작전에 몸부림하는 모습들이니 올 여름은 더울 새도 없다.
우리 집 막내의 초등학교 저학년 방학생활은 특이했다. 하루일과를 대부분 종이와 가위에 묻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서툰 가위질로 아무렇게나 오려대더니가로 세로 일정한 크기 등, 모양을 달리하여 놀랄 만큼 재단 솜씨도 쭉쭉 늘어났다. 걸려있어야 할 달력까지 떼내어썰어대는 바람에 오른손 장지 손톱 부분이 부어오른 횟수가 여러 번 이었지만,밴드를 칭칭 감아맨 채멈출 줄 몰랐다.
초등학교 가정 통신란에 담임선생님은 '솜씨의 조기발견'을 특기사항으로 기록해 주셨다. 최근들어 부쩍 이슈가 되고 있는 방과후 학교의 단면을 몸소 일찌감치 체험한 것이다. 끝내 진로선택과 취업까지 같은 맥락으로순조롭게 접목되어 이제는 자랑삼아 드러낸다.
가짜 학력과 학위 파동으로 시간 갈수록 오히려 남루했을 감정이 정직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으니 되레 '세상은 요지경'이란 유행가만 더 뜨고 있는 게 당연하리라. 자기관리야 말로 세상살이의 필수 아닌가? 새생명이 아픔을 통해 태어나듯 7월의 짙은 그늘아래서 밝은 세상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을 탐해보자. 망초꽃 취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