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의 눈물

2010-03-18     한인석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었지만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한편의 영화가 있었다.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주재로 환상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그것이다. 그는 '타이타닉' 이후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에서 과연 철학가 다운 발상을 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6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할리우드라는 막강한 자본력이 뒷받침 되었고 캐머런이라는 뛰어난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스토리에서 시작한 영화가 엑션과 공포물을 거쳐 이제는 영상 콘텐츠산업으로 발전하여 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도입된 특수 영상효과를 통한 3d로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잠시도 눈을 뗄 수없는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옛날 여름에서 가을이 오기까지 한 두번 쯤은 마을회관 공터에 가설극장이 들어 왔다.

전기가 없던 시절 발동기로 영사기를 돌리고 시커먼 천막을 둘러쳐 극장을 만들어 입구에서 돈을 받았다. 그러면 우리들은 꽁으로 들어갈 작전을 짜기 시작 했다.

필름이 오래 되어 주룩주룩 비가내리는 듯 한 화면을 보다가 끊어지기가 일쑤고 그러면 필름을 잇기 위해 한참동안 암흑세상이 이어지는데 그 틈을 이용해 기다리고 있던우리들은 천막을 들추고 고양이처럼 빠져 들어가 더듬거리다가 처녀의 비명소리를 듣기도 했다.

허허 벌판에 천막만 둘러쳐진 공간에서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돗자리를 깔고 앉아 보는 그시절 영화감상의 맛이란?

다른 동네로 옮겨 갈 때까지 1주일 가량은 온 동네가 들떠있었고 영화 예기로 낮이나 밤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 김희갑, 허장강, 박노식 같은 배우가 그리는 코믹영화들은 tv가 없던 시절 농촌에서는 삶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영화산업도 발전을 거듭하여 최근에는 우리나라 영화도 수출을 하고 있고 지난해에 독립영화로는 처음으로 흥행을 본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적은 제작비로 감동을 이끌어 낸 성공작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얼마 전에는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아마존의 눈물'이 방영되고 나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다음 달에 편집된 부분을 여과 없이 극장에서 상영을 한다고 한다. 교양물로만 여겼던 다큐가 이제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하여 콘텐츠를 바꿈으로써 스크린에서도 흥행몰이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다큐도 '원 소스 멀티 유스' 의 개념으로 흥미로운 소재를 발굴하여 탄탄한 시나리오와 새로운 볼거리로 국내 방영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도 진출하여 굴뚝 없는 영상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발판을 놓아야 할 것이다.

지난달 제천영상미디어센터 에서는 인터넷방송인 제천시민tv '봄'이 첫 개국 방송을 시작했다. 시민 자원 활동가들이 모여서 시나리오를 짜고 리포터와 아나운서 pd, 촬영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 과정을 모두 맡아서 한다.자연 다큐멘터리와 지역교육의 현실, 현장 생중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지역 문화정보를 전달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민과 함께 하는 영상 미디어시대에 꼭 필요한 방송이 되길 소망하며 충주댐 건설로 고향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사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다룬 '청풍호의 눈물' 같은 다큐도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한인석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