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법 실천 의지의 문제다

2010-11-29     이능희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에 이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처리함에 따라 수년째 논란을 겪던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모두 일단락됐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대형마트나 ssm과 생존권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중소상인들은 "유통법이 대형마트나 ssm 입점제한을 전통상업보존구역 500m 이내로 규정한 것은 한계가 있고 상생법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상생법으로는 사업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도둑입점을 막을 수 없고, 유통법은 전통시장 인근만 제한해 골목상권은 ssm 사냥터로 노출될 것"이라며 "ssm사태의 해법은 '입점허가제' 도입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생법은 대기업이 지분 51% 이상을 참여한 프랜차이즈형 ssm가맹점과 직영점을 마찬가지로 사업조정신청 대상에 적용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는 ssm 등의 점포를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ssm 등과 중소상인간의 자율적 합의를 우선적으로 하는 제도로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만약 ssm이 사업조정제도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도둑입점'할 경우 제어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ssm이 기습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나면 중소상인이 사업조정신청을 해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문을 닫고 사업조정 절차에 임할 것을 주문하는 '일시 정지권고'도 내릴 수 없다.

이미 지난 7월 ssm에 대한 사업조정신청이 시작됐으나 다른 업종인 것으로 속이거나 새벽에 공사를 진행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ssm 사례를 봐왔지 않았던가.

그동안 삼성테스코는 홈플러스 ssm 금천점, 수곡점, 성화점, 개신점에 이어 지난 10월 초 충북도의 사업일시정지 권고를 수차례 무시하고 내부공사에 들어간 홈플러스ssm 용암점이 지난달 28일 기습개점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개신2호점까지 개점을 준비하고 있어 한 달 가깝게 주변 상인들과 대치중이다.

먼저 통과된 유통법도 중소상인들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 제한거리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부터 500m로 규정했지만 이들의 상권 영향 범위는 각각 4km, 1km이다. 따라서 500m 이내 입점제한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ssm 규제법이 꼼꼼이 잘 만들어져도 이것만으로 동네 구멍가게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다.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의 발걸음을 막는 법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구멍가게가 변해야 살 수 있다. 근데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위에 겨란치기'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를 잘 아는 지자체들은 현재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 중이다. 바로 유통센터 건립이다.

청주시는 지역상권을 잠식하고 있는 ssm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동 유통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시도 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서북구 신당동 4500㎡ 부지에 4000㎡ 규모의 중소유통물류센터를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시는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20% 정도의 원가절감과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으로 중소상인들의 매출신장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려는 이런 노력들도 대기업들과의 협력 없이는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상생은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대기업의 상생의지가 없다면 영세상인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생은 느리지만 함께 오래 가는 것 이라는 진리를 대기업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능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