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시대
심완보 충청대 교수
한국고용정보원이 2005~2013년 고용유지율을 비교한 결과 청년층 고용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청년층의 6개월 고용유지율은 2005년 61.1%에서 2013년 55.2%로 감소했고, 1년 고용유지율은 2005년 43.1%에서 2013년 39%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비록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 2017년 첫 직장 경험자 중 입사 1년 이내 이직은 36.2%에 달했다고 한다. 과거 세상의 변화 속도가 느릴 때는 한 가지 직업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시대 변화가 빨라지고 직무도 융합, 세분화되어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N잡러는 20~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직활동에 나선 세대이며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철밥통'이라 여겨지던 정규직도 대거 구조조정 되고 근로자 셋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보며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 새 일자리를 구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20~30대 젊은 층이 각종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능숙한 것도 젊은 N잡러가 많은 이유 중 하나인데 프리랜서 마켓인 크몽 판매자 8000여 명 중 대부분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이고 이 중 74%인 6000여명은 사업자등록이 안 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재능 판매활동이 본업이 아닌 부업인 것으로 볼 수 있다.
N잡러들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회사에서는 자신이 마음껏 끼를 보여주기 힘들지만 직장 밖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몸은 힘들지만 내 삶의 주인공이 된 느낌에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꺼이 N잡러가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N잡러가 새로운 직업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본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는 대신 새로운 형태의 자기고용을 시도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새로운 직업 형태를 택하는 N잡러가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학생들과 해외IT봉사활동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 국가들에서 공무원들과 한 달간의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면서 그들의 직장생활과 경제활동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 많은 수의 공무원들이 직장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공무원 본업 이외에 과외로 다른 경제활동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며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개발도상 국가들이 한국보다 못 사는 이유가 공무원에 대한 처우 부족으로 공무원들이 나랏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고용안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가 늘어나는 상황을 보며 다소 우려스러워 했지만 우리의 상황은 개발도상국들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고용형태에 적응하는 추세로 보인다. 대학에서의 교육에도 이러한 변화된 고용형태의 추세를 반영하는 생애설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