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충북도,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자

2020-11-19     충청일보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동상 문제가 존치로 가닥이 잡혔다. 

대신 이들의 죄를 기록해 동상과 함께 전시한다는 방침이다. 

철거와 존치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셈이다.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하다. 충북도의 여전한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다. 

전·노씨 동상 문제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충북도는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로부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건의를 받았다. 내부 검토 등을 거쳐 전·노씨 동상에 대한 철거 방침을 세웠고 철거 근거가 될 조례 제정을 도의회에 요청했다. 

이에 이상식 도의원이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문화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도와 도의회의 미온적 반응에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이 직접 나서서 공동 발의 의원들의 폐기 서명을 받았고 결국 공식 폐기됐다.

당시 이 의원은 충북도의 일관성 없는 행정을 비난했다. 

그는 "동상 설치 땐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더니 철거에는 여론 떠보기로 일관한다"며 "의회주의를 포기한 행문위는 물론 의원들을 기만한 집행부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이 공식 폐기되면서 동상을 철거할지 말지에 대한 공은 충북도로 넘어갔다. 

그러자 5·18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고 지난 17일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 후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면담 결과 "이 지사가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철거할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여러 사안을 검토하고 고려해서 철거보다는 존치하기로 결정내렸다'가 아닌 '도의회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철거를 못한다'는 이 지사의 발언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이상식 의원의 지적처럼 설치할 때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더니 이제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동상은 충북도가 2013년부터 2년여 간 20억원을 들여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당시에도 전·노씨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청남대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반대 의견에도 동상을 설치한 충북도가 철거논란이 일자 명확한 의사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일 뿐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사안에 찬반이 갈린다. 지자체를 운영함에 있어 그 모든 의견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휘둘려선 안 된다. 갈팡질팡 행정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실망만 준다. 

어렵고 논란이 큰 문제일수록 충북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배명식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