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의 대접을 받으려면
2011-03-22 윤한솔
남을 아껴주고 도와주면서 격려할 수 있는 마음은 남을 시기하고 해치면서 모함하는 마음을 멀리하게 마련이다.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고 남이 못되면 미소를 짓는 인간은 인간의 탈을 썼을 뿐 인간이 아니다. 천하에 못난 놈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치일 것이다. 어느 세상에서나 남을 해치고 저만 잘되려는 인간은 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함을 널리 베푸는 사람은 어디서나 그리워한다.
큰 배가 항해를 하다가 조난을 당하면 맨 먼저 어린이와 여자들을 구명정에 태운다. 힘센 장정들은 나중에 내리고 선장은 침몰하는 배의 갑판을 맨 나중에 떠난다. 남남인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밀어주고 끌어 주면서 일을 하면 그것이 곧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어 끊어지지 않게 한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고 사는 모든 것의 첫 걸음이 사랑이다. 즉 사람과 사람사이를 사랑함의 끈으로 묶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이 사랑함이 없었다면 어찌 내가 이 세상에 태어 낳겠는가!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결코 사랑의 씨앗인 셈이다. 사랑의 씨앗은 사랑의 꽃을 피우고 미움의 씨앗은 미움의 꽃을 피우게 한다. 그래서 배척을 당하고 버림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사랑을 부처는 자비를 호소했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자비의 끈은 소홀함이 없어야 단단한 것이다. 사
람과 사람사이를 단단히 묶어주는 것을 사랑과 자비라고 한다. 직장에서 맺어진 동료는 이해 상관에 따라 친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동료 간의 유대는 마음으로 묶여지기 보다는 사무적인 일로 묶여지기 쉽다. 그래서 일이 잘 되면 공 다툼이 일어나 동료로서의 묶임이 끊어지기 쉽고 일이 잘못되면 내 탓이냐 네 탓이냐 입씨름이 벌어져 동료의 사이에 골이 패인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서로의 사이에 사랑과 자비가 없는 까닭이다. 서로 물고 물리면서 술수를 부리고 꾀를 부리는 것은 세상이 미움과 배척의 바퀴에 놀아나는 탓이다. 서로서로 숨길 것이 없다면 무엇을 감추고 숨길 것인가? 자비와 사랑은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숨김없는 마음새로 여겨도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올바름으로 묶여지면 그것이 곧 자비와 사랑이다. 서로 배반의 가능성을 지니고 사는 세상은 시기 질투 미움의 현실이다. 자비와 사랑의 끈은 믿음이 있어야 단단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단단히 묶어주는 것을 믿음(信)이라고 한다. 사람보다 계약서의 도장을 믿고 나아가 공증인의 공증을 더 믿는 세태가 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이 사라진 까닭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라면서 눈을 부라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부처의 눈에는 만물이 부처로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만 사람이 다 도둑으로 보이는 법이다. 내가 너를 도둑으로 의심하므로 너는 나를 또한 도둑으로 의심한다. 불신(不信)의 시대는 이래서 만연되어 진다.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사는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시대나 믿음과 사랑과 자비를 갈망한다. 사람이 사람을 서로 아끼고 돕는 일은 사랑과 자비의 손길이다. 그러한 손길은 허튼 짓이나 더러운 짓을 하지 않으므로 올바름의 손길이다. 그러한 손길은 따뜻하고 든든하고 훈훈한 손길이다. 이러한 손길을 어느 세상이 바라지 않을 것인갇··! 민주화의 시대일수록 서로를 위한 사랑과 자비 그리고 믿음의 씨앗을 뿌려야 더욱 행복한 세상을 만들지 않겠는가! 그것은 오직 나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