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희망,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2021-10-25     충청일보

[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유령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유령은 오랫동안 우리의 교육 현장에 기생하고 있다. 이 유령을 몰아내지 못하면 우리 국민이 수십 년간 공들여 세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의 삶은 점점 피폐해질 것이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유령은 위선과 거짓, 기회주의와 형식주의, 가치전도와 편법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 ‘본질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속성을 지닌다.

교육현장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력의 격차이다. 중위권 학생들이 소멸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0년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을 보면 '우수학력' 비율이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하락했다. 특히 읍면지역에서 하락이 두드러졌다. 고교 2학년 국어의 평가에서 읍면지역은 우수학력 비율이 18.9%로 201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대도시의 경우 26.4%로 비교적 하락 폭이 적었다.

공교육에서 수월성 교육을 없애는 대신 사교육으로 학력격차를 키우려는 정책인가? '약자 배려의 역설'은 현 정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사고 폐지와 정시확대 등은 모두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교육 약자만 피해를 입는 현실적 역설을 양산하고 있다. 정시 확대를 통해 공교육은 몰락하고 사교육은 강화되었다. 가장 큰 ‘역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다. '평등교육'이라는 이상만 강조하다가 현실의 약자들을 간과한 것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던 초6, 중3, 고1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본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평가의 목적이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 표집방식을 고수하면서 결과적으로 교육 약자들을 방치했다. 학력 진단과 평가 피드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공교육을 통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 내몰리면서 성적향상의 기회조차 빼앗긴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공교육의 위기에 대응한 학교의 책무성이 있다. 학교 외부에 위치한 교육당국이 단위 학교에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에 대한 책무성을 부과하여 학교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학생들의 학습성과에 대하여 기대하는 성취 수준을 설정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고성취학교와 저성취학교를 지정한다. 학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성취도 향상 계획을 의무화하고 학교에 다양한 형태의 자원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실패에 대하여는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교육은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학생이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학습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교육 가능성의 수준은 초·중등학교의 경우 기초학력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곱셈을 익히지 못하면 남은 학령기에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교사와 교육행정가들은 많은 학생들이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학력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공언하면서도 책임이 드러날 수 있는 기초학력 평가에 대해서는 줄세우기 교육이라는 핑계를 대거나, 지식보다 역량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학교의 책무성에 반대하는 일부 교육청과 교사집단의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