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 못할 거라면 짖지도 말았어야 했다.

2021-11-05     윤여민 전문위원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청주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지난 10월에 청주 대표 인기 아파트인 복대동 지웰시티2차의 매매 최고가가 경신됐다.

전용면적 80 제곱미터가 7억 7,7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국민 평형(전용 84제곱미터) 이하 거래 금액 기준으로 청주뿐만 아니라 충북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다.

해당 아파트는 같은 달에 전세 최고가까지 경신했다. 10월 15일에 5억 원에 거래된데 이어 불과 일주일 만에 훨씬 높은 가격인 전세 보증금 5억 4천만 원에 계약된 집이 알려져 가파른 시세 상승세를 실감케 했다.

지웰시티 2차 매물가격

 

지웰시티 2차뿐만 아니라 청주, 그리고 충북의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전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월 1주차에도 충북의 매매 및 전세가격 지수는 우상향했다.

매매 지수는 지난 주 대비 0.32 %, 전세는 0.38 % 상승했다. 청주시는 매매 0.22 %, 전세 0.31 % 오르며 꾸준한 상승 분위기를 보이는 중이고, 충주와 제천은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0.6 % 이상의 폭등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전세가율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 10월 26일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대출 규제를 통한 또 하나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번 방안은 ‘차주 단위 DSR 적용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빌려준다는 이번 방안의 취지는 상당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방향성을 띈다고 볼 수 있겠다.

DSR 적용

다만, 언제나 그렇듯 디테일이 문제다.

이번 규제 방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대출 심사 DSR 적용 강화 시기를 내년 1월부터로 앞당긴다는 점이다.

지역 및 대출 성격에 상관없이 총 부채가 2억 원을 초과하는 개인은 내년부터 은행돈을 빌리기 까다로워지고 한도도 축소된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는 투기 과열 및 조정 대상 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담보 대출을 받거나 신용 대출을 1억 원 초과해서 신청할 때에만 DSR을 적용하기 때문에, 올해가가기 전에 대출을 신청하는 인원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출 심사 강화 전에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매수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가 4~5억 원대 아파트의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이들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본보의 본사가 있는 청주시를 예를 들면, 매매 가격 5억 원대의 신축 주거지역인 테크노폴리스와 동남·방서지구, 오창읍 등지의 단기 급등세를 예측할 수 있겠다.

가격측면에서 지역 내 중상위급 지위의 이 아파트 단지들 시세가 오른다면 시 전체적으로 또 한 번 가파른 오름세가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번 대책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전세와 집단 대출에 대한 규제는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대출 예외 조항

 

정부가 올 10월 초에 추가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는다고 보도될 때만 하더라도 전세 및 신규 아파트 잔금 집단 대출까지 모두 포함한 대대적인 심사 강화가 예고됐었다.

만약 이처럼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가 추진된다면 집값 상승세를 일시적이나마 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상승한 전세 가격이 매매 시세를 떠받들어 줬기 때문이므로, 전세 대출을 묶어 시세를 떨어뜨린다면 매매 가격도 덩달아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대선을 앞두고 전세 대출 심사까지 강화할 경우 무주택 서민들의 표심이 이탈할 것을 의식한 나머지,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또 한 번 예외 조항을 만드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전국 전세가율

 

이로 인해 전세 가격은 앞으로도 한동안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며, 덕분에 매매 가격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핀셋 규제라는 미명 하에 일부 대도시 위주로 규제 지역을 지정해서 풍선 효과에 따른 전국 아파트 불장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공시지가 1억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 예외 조항 탓에 소도시의 2~30년 이상 된 구축도 가격이 폭등한 것처럼, 앞으로도 정부 정책의 틈새를 노린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충북이나 충남 등 지방 도시는 전세가율이 70프로가 훌쩍 넘기 때문에 소액으로 ‘아파트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자의 진입이 용이하고 그에 따른 시세 상승효과를 누려왔다.

평균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80%에 육박하는 청주의 경우,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아파트를 매수한 전체 인원의 33.3%가 외지인이었다.

충청권 전세가율

 

이중 대다수가 매매-전세 갭투자자일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번 전세 및 신규 잔금 대출 예외 조항 덕분에 다시금 전세 가격이 급등한다면 갭투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여 청주 등 지방 도시로의 추가 투자 유입이 예상된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물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마.’

순화하자면, 어떤 일을 행할 땐 말만 앞세우지 말고 확고한 의지와 확실한 능력을 보이라는 얘기이다.

임기 5년 내내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부르짖었지만 끝내 달성하지 못한 현 정부에게 건넬 말로 이만큼 적절한 문구가 없지 싶다. 매번 허술한 법안만 발의하고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통에 정말 집값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인 집권 여당에게도 어울리는 말이다.

▲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들쑤시지 말고 시장 논리에 맡겨 경기 순환대로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두고 봐야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봤자 뒤늦은 후회이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는 주워 담을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어진 환경을 분석해봤을 때 어떤 형태이건 한동안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지금 집을 구하는 시민이라면 매매이건 전세이건 무조건 빨리 선택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된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