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가설
[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예부터 ‘인재(人才·人材)’를 일컬어 ‘동량(東梁)·명세(命世)’로 즐겨 써왔다. 능력·재주 따위에서 뛰어난다는 의미 부여다. 얼마만큼 부담스러운 정의였으면 정작 학교구성원은 제쳐두고 울타리 밖에서 더 옥신각신할까. 세상 물정 어둔 세리머니다.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군 전선에 방어 요새를 구축했으나 웬걸, 독일군의 우회 공격에 장기간 악바리로 쌓은 방어 진지는 무용지물 됐다. 세칭 ‘수혜주’도 정작 필요한 장세에서 패대기쳐질 수 있다는 게 본 칼럼의 발문이다.
◇꼬인 실타래
학생 무상급식비 예산분담 비율을 놓고 이시종지사와 김병우교육감 간 불편한 심기, ‘인재육성’ 뇌관이었다. 도지사의 ‘지적 능력 우수 학생 중심 상위권 대학 진학 우선’ 자율형 사립고·전국단위 신입생 모집 제안 카드를 냈다.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북출신 장·차관이나 관료 숫자가 적어 예산확보, 국책사업 유치·추진 등 저간의 사정을 이해한다.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자들의 술회이기도 하다. 반면, 김교육감 입장은 ‘모든 학생 대상 개성존중 재능계발 평준화’ 차원에서 한국교원대부설고 오송 이전·캠퍼스형 학교설립 구도를 굽히지 않으면서 울근불근 전면전 태세였다.
냉큼, 아킬레스건을 진맥한 당시 도의회 이숙애교육위원장의 ‘학부모 토론회·공론화 숙성’ 황금 같은 중재로 서서히 풀리는가싶더니 그것도 잠깐, 지난 연말 다시 유·초·중·고 무상급식 비율과 영유아 재난지원금을 놓고 울근불근 해댔다. 이전투구 끝 ‘AI영재학교’라는 암묵 합의까진 일궜으나 화를 삭이기엔 불가항력적 분위기다. 특목고 자사고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질 일반고의 교육공공성 훼손 우려와 ‘교육청 파견 교사, 석·박사 학위 취득자, 영재학교 강의 경력자 및 국내외 대학·연구경력자 채용’부터 첩첩산중 걸림돌을 어쩌랴. 당장 일반고 학생들이 수능에서 계속 뒤처지는 판이니 학부모 반발, 학계·시민단체 실타래도 꼬일 대로 꼬였다.
또한 ‘교육부 검토·동의 사항’에다 명문고 자체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사뭇 다르다. 지방자치단체 장의 세 번 재임 제한에 묶인 임기 말 이지사의 폭발력 역시 예전 같지 않다. 3선 라운딩이 먼저일 김교육감, 두 분 모두 어중간하다. 그래서 수장의 시그널은 늘 리스크를 달고 사나 보다.
◇증평군수의 솔루션
등판 때마다 상대 팀에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투수가 있을까. 사실, 교육감은 타이밍과 제구에서 불리하다. 평균 2(도청 도의회):1(도교육청) 게임으로 일단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라서 시시콜콜 그래왔다. 시·군자치단체의 세입예산대비 교육경비보조금 비율이 낮은 것도 ‘투자해 봤자 표(票)가 시답잖다’는 알레르기 반응을 어쩌랴.
그러나 홍성열 증평군수의 경우, 취임 초 ‘희망찬 교육문화’를 군정 1호로 꼽았다. 인재육성팀 신설과 함께 장학금 50억 조성·방과 후 학습 및 원어민 영어 지원, 형석고 집중투자 등 교육 인프라를 견인해 왔다. ‘증평교육특구’ 지정역시 장기 프로젝트의 산물 중 하나다. 사견 한 줄만 덧붙이자. 기왕, 얘기 나온 김에 ‘충북AI 영재학교’ 유치까지 결코 무리한 가설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