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극복하기

2022-04-04     충청일보

[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따뜻한 기온에 꽃소식이 들려오는 봄철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가진다. 이맘때는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몸이 무거워지고 자꾸 피곤이 몰려와 오후만 되면 졸음은 쏟아지고 입맛도 없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홍역과도 같은 바로 봄철에 찾아오는 불청객인 춘곤증이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 건강한 사람도 봄이 되면 쉽게 피곤해지고 나른해져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업무나 일상에도 의욕을 잃어 쉽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을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을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으로서, 봄철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춘곤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춘곤증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는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환경부적응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겨울에 맞춰져 있던 생체리듬이 따뜻한 봄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호르몬과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온이 오르면 그만큼 기초대사량이 왕성해져 비타민의 소비가 늘어나고, 신체의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피부의 온도 또한 자연스레 올라간다. 이때 겨우내 긴장됐던 근육이 이완되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신체의 움직임도 늘어나고, 늦게까지 야외 활동량이 많아져 수면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어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활동량이 늘어남에 따라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 각종 영양소도 더 많이 필요해지는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춘곤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대체로 봄이 되면 졸업과 입학, 취직,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등 생활환경의 큰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봄철에는 무엇보다도 피로와 스트레스는 그날에 바로 풀어 생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좋다.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경우에는 낮에 잠시 눈을 붙여야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휴일에도 종일 잠을 자면 다음날 더 심한 피로를 느끼므로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신체에 부담을 덜어주고 매사에 무리하지 않는 생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겨울철의 운동부족으로 근육과 허리조직 등이 약화되어 체력의 수준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을 통해 기초체력을 증대시켜 신진대사 기능을 원활히 해주는 게 좋다. 단순히 활동량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자체적인 체력수준을 올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가동범위를 확장시키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폐능력을 강화하여 심장기능과 폐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울러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타민의 보충과 같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한편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체조로 전신을 조율하는 것도 계절의 부조화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근력을 향상시키는 고단백 식품과 양질의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단백질은 졸음을 쫒고 당분은 졸음을 부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낮에는 육류, 저녁에는 곡류나 과일을, 틈틈이 야채와 해조류, 잡곡 등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지방이나 탄수화물 등 에너지원이 되는 식품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춘곤증 그 자체는 결코 질병이 아니지만 잠복해 있던 다른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볍게 넘기면 다른 중요한 질병의 초기 증상과 신호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