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의 따슨 품
2011-05-12 오병익
-천생 연분
세상 모든 위대한 꿈은 교육이란 자양분으로 실현되듯, 그 어떤 칼럼을 능가하는 큰 스승님 뒤를 송아지 같은 걸음으로 더듬더듬 발짝 떼어본다. 생각할수록 선생님과 나는 찰떡궁합이었다.교사자격증을 받으신 후, 첫 발령으로 오신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 선생님은 고등학생처럼 짧은 머리에 4km가 넘는 길을 꼬박 걸어서 출퇴근하시며 아무리 기온이 내려가도 호주머니에 손 한번 넣지 않으신 채 꼿꼿한 모습을 지키셨다. 나즈막한 말씀으로 '공부란 쉽고도 재미있는 것'임을 심어 반 아이들 모두 소위 자기주도적 학습에 푹 빠지고 말았다. 선생님의 퇴근길엔 한결같이 반 친구들이 모두 따라나서 절반정도 거리를 배웅하며 내일이 너무 먼 아쉬움에 허우적거렸다. 선생님 품의 1년은 진로에 대한 소박한 꿈을 그린 시기였다. 따뜻한 가슴과 바른 인성을 켠켠마다에 채워주신 인생의 미래를…. ' 꼭 담임선생님 닮은 교사'가 되려는 꿈을 지피기 시작한 계기였으니 그 보다 더한 감동적 인연을 어디서 찾겠는가?교육대학 졸업과 함께, 딴에는 곧장 교단에 올라 선생님 역할을 흉내내기 시작했으나 마음이 앞설 뿐, 참된 티칭(teaching)은 예상외의오류 투성이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사람으로서의 선생'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평생 a/s
교직 20년이 지날 무렵, 인연의 끈은 다시 이어져 필연처럼 은사님 계신 학교로 옮겨 2대가 나란히 교감과 교사로 설렘 가득한 두 번째 만남의 워낭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낮엔 아이들과 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퇴근 후면 곧장 서너평 쯤 씩 나눠진 사택에 돌아와 은사님께서 가늠해 주신 쌀뜨물을 부어 지은 밥과 텃밭에 가꾼 채소로 국적없는 반찬까지 만들어 사제 간 입맛도 닮아갔다. 비 내리는 늦저녁이면 부엉이 소리에 감정을 뺏겨 잠까지 설칠 때, 선생님께서 별도 a/s로 '바른 삶의 행보'를일러 주셨다. 한 해가 좀 넘어 은사님은 교장선생님으로 제자는 장학사가 되어 이별의 짐을 챙겼다. 세월 속에 맞으신 정년,떠나시는 자리에서 은사님은 초임시절을 자세히 소묘하시던 중 퇴임의 말씀을 몇 번이나 도막내셨다. 이젠 교장이 된 제자에게 "사도야 말로 인생의 참된 자기를 가꾸는 길"이라며 푸근한 웃음을 섞은 긴 여운의 메시지를 주신다. 교육현장을 향한 볼멘소리가 무거울 때마다 스승님의 너른 품이 그리운 걸 어쩌랴. 대잇기 청출어람이 퇴색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둥지를 손질해 본다.때로는 불편하고 말 못할 어려움도 따르지만 은사님 생각으로 뒤 돌아보면 권위가 아름답게 발현함을 깨치게 된다. 말씀처럼 "앉아서 햇볕을 기다리지 않고 끌어오는 제자가 되도록 노력"말이다. 생각할수록 스승님은영원한 품으로 두고두고 보편적 진리를 주신다.
/오병익 경산초교장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