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합리화
[건강칼럼] 박성규 예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예고되었다. 정부의 한시적 재정 지원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며 과잉 방역과 과잉 의료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궁핍해졌기 때문이다. 의료는 국가 안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므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은 당연한 일이고 과잉 방역이나 과잉 의료 등은 얼마든지 합리화하여 재정을 건전화할 수 있다. 의료의 편리성 증대는 복지와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크나, 과도하면 오히려 국민 건강을 해치고 경제를 위축시키며 국가재정을 악화시킨다.
의료비는 매년 상승하여 2021년 경상 의료비는 180조로 GDP의 8.8%에 달한다. 고령화, 건강염려증 그리고 과잉 의료 등이 의료비 상승의 원동력이다. 2020년 요양급여비용은 86조 8천억 원으로 요양기관 종별로 지급된 비중은 약국 20.5%, 의원 19.6%, 상급종합병원 17.5%, 종합병원 17.2%, 병원 8.9%, 요양병원 7.1%, 치과 5.6%, 한방 3.4%, 보건기관 0.2%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63.2%의 양방이고 다음으로는 약국과 요양병원 등이다. 한방은 3.4%에 그쳐 한방이 요양급여 낭비의 원인인 양 치부한 전직 보건장관의 요설은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선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료의 합리화는 낭비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가능하다. 국민건강보건공단 및 산하 기관의 운영 합리화는 논외로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먼저, 의약품 단가의 정상화를 들 수 있다. 의약계에 만연한 ‘커미션’ 문제의 근원은 약가의 과다 책정 때문이다. IMF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제약계가 이미 충분히 성장하였으니 이제라도 약가를 정상화해야 한다. 약가를 정상화하면 불법 거래를 근절하고 약물 과다 투여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둘째,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실손의료비보험 제도는 의료의 문턱을 없애 과잉 의료와 요양급여의 과다지출을 야기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실손의료비보험 제도를 없애든지 아니면 자동차보험처럼 건강보험 적용을 금해야 한다.
셋째, 건강검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건강은 병의원이 아니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의 건강검진은 병의원 의존도를 높이고 건강염려증을 유발한다. 진단기기가 필요 없는 자가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각 보건소나 지자체에 위임하면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국민 건강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건강 이상으로 질병 검진이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으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
넷째, 과잉 의료의 원인 중 하나인 노인 정액제를 폐지해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대부분 노동인구가 부담하나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전체 요양급여의 43%에 달한다. 병의원 내원빈도가 높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것은 복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노인 정액제를 폐지하고 대신 지자체나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건강관리비를 매월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제안들을 실행하면 건강보험료를 오히려 인하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는 준조세이므로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개인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 활동이 위축된다. 경기 침체는 국민 보건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백세 시대를 구가하는 것은 의학과 상관없이 경제가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를 합리화하는 것은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민 보건을 향상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