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섬 음악회

2022-12-07     충청일보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퇴직 후 해외여행을 위한 모임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한 번도 못 갔다. 기약 없이 기다릴 수 없어 국내에 있는 섬 여행이라도 가자며 우린 떠났다. 새벽을 가르며 우릴 태운 차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섬을 향하여 신나게 달린다. 여행은 어딜 가든 떠날 때마다 항상 설렌다.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더 그렇다. 낯선 풍경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통영에 있는 연명항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연대도와 만지도로 가는 배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연대도까지 거리가 가까워 멀리 연대도가 보였다. 주변에 많은 작은 섬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연대도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만지도로 가기위해 숙소를 나왔다. 길가의 예쁜 집이 우리 발길을 잡는다. 예쁜 화단과 텃밭을 보며 예쁘다고 떠드는 소리에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시며 어서 왔냐하신다. 청주에서 왔다 하니 우리 아들이 청주에 산다며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시며, 귀한 차를 예쁜 잔에 담아 따라주셨다. 거기다가 내일 아침에도 모닝커피를 마시러 오라고까지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출렁다리로 연결해 놓아 멋지고 웅장했다. 만지도 둘레길을 바다를 바라보며 걸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주변에 보이는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저 섬에도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동행중엔 드론을 가져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늘을 향하여 두 팔 벌려 찍은 사진은 단연 돋보인다. 멋진 만지도를 돌고 숙소로 돌아오는데‘뿔난 섬 음악회’라는 특이한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었다. 포스터에는 오늘 저녁 해변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했다. 여행객들을 환영해주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우린 음악회 장소로 갔다.

음악회가 열리는 곳은 출렁다리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와 거기에 금상첨화로 낙조의 풍경까지 어우러진 최고의 장소였다. 낙조의 붉은 하늘의 태양과 바다에 물든 태양빛은 황홀 그 자체다. 거기다 하늘엔 초승달이 떠 있고, 그 곳을 지나가는 고깃배와 갈매기들의 군무로 음악회는 더욱 멋졌다. 음악회는 노래가 아닌 연주로 이어졌다.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음악가의 연주는 잘 모르는 곡이였지만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무대가 열악하여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여행지에서 듣는 음악이라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음악회 명칭이‘뿔난 섬 음악회’이고‘죽어가는 뭇 섬을 노래하라’고 하였을까 궁금하여 알아보았다. 뿔난 섬 음악회란, 플라스틱 없는 섬, 쓰레기로 화가 난 섬이란 뜻으로 2021년부터 진행된 환경 음악회라고 했다.

섬은 외부 쓰레기에 취약하고 기후 행동과 해양환경을 함께 고민하고,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악회를 하고 있단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가급적 다회용기가 가능한 것으로 템블러 및 개인 위생품 등을 가지고 입도하여 주실 것을 당부하기도 한단다.

섬 주민들은 ‘섬지니’라는 협의체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섬을 지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짧은 음악회였지만 여운이 길게 남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뿌듯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바다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섬 지니들의 환경사랑 운동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