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 저주
[건강칼럼] 박성규 예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여러 해 전 유명 여배우가 정상 유방을 절제하여 화제가 되었다. 할머니 어머니 이모가 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고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인자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취한 조치였다. 21세기 벽두를 연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최첨단 의료기술로 포장되어 여배우를 현혹하는데 큰 역할을 한 듯하다. 해당 여배우는 얼마 전 난소에 작은 양성종양이 발견되자 거침없이 난소와 나팔관도 제거했다. 그 결과 갱년기 증상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수술 후유증이다.
가족력은 환자를 진료하는데 중요한 확인 사항 중 하나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사 질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부모의 체질을 물려받고 같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같은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체질과 생활 습관은 건강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가족력이 있으면 해당 질병에 대한 염려가 크다. 특히 암일 경우 공포는 극대화된다. 공포 마케팅이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의료 분야만큼 보편적이고 심도있게 뿌리내린 곳은 없다. 맹장염에 대한 공포가 팽배했던 7, 80년대는 맹장 수술 전성시대였다. 복통만 있으면 맹장염이라 진단하고 수술을 자행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맹장염 수술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또한 공포 마케팅의 결과이다. 예방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심대한 백신을 여러 차례 강제 접종하였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으며 경제를 위축시켰다. 통제에 성공한 권력은 여러 문제가 난무했음에도 순조롭게 통치를 마쳤고 의약계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방역은 아직 진행 중이며, 계절 독감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은 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매년 의약계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가족력은 유전이 아니다. 체질과 성장환경이 같다고 같은 질병이 발병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인자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더라도 평생 질병으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소아시기에 발현되는 유전병을 제외하고, 가족력으로 겁박하는 대부분 질병은 유전이나 가족력이 원인이 아니고 생활의 법도를 어기거나 노화로 발병한다.
가족력이나 유전인자가 있다고 질병을 예단하고 대처하는 것은 오히려 질병을 부른다. 평소 생활을 통하여 건강을 관리하고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한의사의 치료를 받으면 발현될 수 없는 질환이다. 결국 위 여배우는 공포 마케팅의 제물이 되어 건강과 재산을 강탈당한 것이다.
과학과 의학은 전문지식이 깊어지고 다양해지면서 일반인의 이해 범주를 넘어섰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과학과 의학에 대한 얕은 지식을 지닌 사람일수록 맹신의 정도가 깊다. 편향된 데이터와 몇몇 전문용어에 쉽게 매혹된다. 우리나라에서 의학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가 되었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전문용어나 첨단의료기기에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 몸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건강지식은 의학지식과 다르다. 의료인의 평균수명이 일반인보다 매우 짧은 것이 방증이다. 현대 의학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으므로 섣부른 의학지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하버드, 존스 홉킨스 등 미국의 유수 의대가 우리 한의학 지식을 배우고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일찍이 양방 의학의 한계를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건강은 평소 생활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지 메스와 화학약품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력은 참고 사항일 뿐이지 저주가 아니다. 몸에 대해 이해하면 장사꾼의 겁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예전에 촌놈이 한양가면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눈 뜨고 장기 빼앗기는 세상이다. 스스로 몸과 건강에 대한 참지식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