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려증 벗어나기
[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수명이 늘어나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건강과 질병 관련 정보가 대중매체를 통해 연일 쏟아지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잡다한 지식에 노출되고 있다.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권장될 일이나 정보의 범람은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대부분 정보가 올바르지 않다. 단편적이거나 허위 혹은 과장되어 있다. 상호 배치되는 것도 많고 그대로 실천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올바르지 않거나 단편적인 정보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홍수가 나면 정작 마실 물이 귀해지듯 정보가 범람하면 쓸모있는 정보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둘째, 원천 제공자가 목적을 가지고 가공한 정보가 대부분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전파되는 것이 가장 많으며 그 외 집단이익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제공된다. 뉴스나 일상적 정보조차 상술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건강이나 질병 관련 정보 또한 예외가 아니다. 허위 정보가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되면서 건강상식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셋째, 건강과 질병에 관한 정보가 건강염려증을 유발하여 과잉 의료의 덫에 빠지게 한다. 어떤 만성 두통 환자는 한약 몇 제로 나을 병인데 뇌종양을 의심하여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뇌를 검사하였다. 그 결과 뇌 혈종이 생겨 제거했으나 두통은 여전하여 결국 한의원에서 치료한 사례도 있다. 뇌종양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나 대부분 두통은 뇌종양과 관련이 없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건강염려증에 노출된 것은 다분히 정보 홍수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반인의 맹신을 악용하여 양의사들이 정보 오염에 앞장서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채 이익 극대화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포 마케팅으로 한때 극성했던 맹장염 수술, 출산의 고통을 과장하여 겁박한 제왕절개수술, 예방 효과는 미미하거나 불필요하고 부작용은 심대한 독감이나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건강증진이라는 원래 목적과는 달리 호객행위와 다름없는 건강검진 등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몇 년 전 세계적인 과학지인 ‘네이쳐’에서도 한국 양방병원들이 무분별한 갑상선암 수술을 실시하여 평생 양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더불어 조기검진과 암 치료에 대한 맹신을 심어 과잉 의료를 자행한다며 이는 ‘과학 미신’이라고 비판하였다. 첨단 진단 장비를 사용하여 과학인 듯 포장하였으나 맹신을 바탕으로 한 미신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양방 의약계의 상술은 갈수록 치열하나 이를 관리 감독할 보건당국은 오히려 앞장서서 양방 의약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건강이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병약한 상태가 없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복지의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포괄적이고 멋진 정의인 듯하나 이룰 수 없는 헛된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허황된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코로나19 사태 때 보여준 것처럼 예방 효과는 없고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아 부작용만 심대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비합리적 결정을 유발했다.
어떠한 생명체도 완전무결한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완벽한 건강은 완전한 행복만큼이나 달성 불가능하다. 생명체는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건강이나 행복은 쉽게 우리의 삶에 스며든다.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건강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먹고 배설하고 일하고 잠자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통증이 없다면 건강 관련 염려는 잊는 것이 좋다. 행여 불편함이 있으면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침 뜸 한약으로 치료하면 된다. 평소 생활의 법도를 지키며 하루하루 삶을 영위하면 건강은 절로 확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