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활성화 앞장... 한국의 아름다움 살려 관광명소로 만들 것"
최종필 중부루손한인회장 인터뷰 충북 청주 출신... 인맥 바탕 한·필 가교 역할 불필요 '짐 검사' 없애 교민·관광객 등 편의 도모 시에 가로등 추가 설치 등 요구... 치안 강화 노력 '인력 부족' 지자체에 외국인 노동자 수급 도움 최선
"교민들의 어려움 해소와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한인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중부루손한인회장으로 취임한 최종필 회장(60·사진)의 포부다. 그는 이러한 다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내 해내는 그의 실행력은 곧바로 빛을 발했다. 임기를 시작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클락 공항에서의 수하물 검사가 간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클락 공항은 악명이 매우 높은 곳이었다. 짐 가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탓에 1~2시간씩 서 있어야 하는 일이 많았고 때로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주지사와 세관장을 직접 만나 해결책을 요구하는 등 이러한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 한국인이 입국할 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짐 검사를 한다며 1~2시간씩 사람을 세워두니 힘들기도 하고 때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언어가 안되니까 항의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이러한 불편한 점들이 사라졌으니 교민들도 무척 좋아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교민과 관광객들의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힘을 썼다. 강도·절도 사건이 잇따르며 치안이 불안해지자 앙헬레스 시장과 팜팡가주 주지사를 만나 가로등 추가설치 등을 요구했고 경찰의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답변도 받아냈다. 토지 분쟁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인이 언어와 법률 지식 한계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한인회를 통해 접수된 민원은 전담 담당자를 배치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약속도 이끌어 냈다.
워킹·은퇴·쿼터·결혼 등 장기비자를 소지한 교민들이 신속히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관광객과 다른 별도 라인의 필요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료 법률상담소 운영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법률상담소는 고문변호사를 위촉해 알고 싶은 모든 분야에 대해 무료로 상담한다. 한국인 통역도 제공하며 상담의 질을 위해 하루에 2명을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렇게 한인회를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파는 최 회장의 노력을 교민들도 인정하고 있다.
교민들은 그가 취임한 이후 한인회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왕왕 한다. 특히 한인회의 달라진 위치를 체감한 것은 지난해 12월 열린 최 회장의 취임식에다. 당시 이례적으로 팜팡가주지사, 앙헬레스시장 등을 비롯해 클락 공항 사장, 공항 세관장 이민국장, 경찰서장 등 지역의 주요 관리들이 참석했다.
"취임식에 주요 정치인들이 온 것을 보고 다른 교민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취임식에 시장이나 주지사가 참석하는 것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집행부가 주지사나 시장, 경찰을 직접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것을 보면서 한인회의 위상이 높아졌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잘못한 일만 없으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구나하는 안도감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식당에 가면 전혀 모르는 분들이지만 먼저 힘내라는 인사와 함께 응원을 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교민분들의 응원을 받을 때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고를 졸업한 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영어 공부를 위해 1992년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그때만 해도 필리핀에서 살 생각은 없었다고.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자동차 수출업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필리핀에서 택시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후 사업 실패의 쓴맛을 본 그는 1998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최 회장이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은 2005년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되면서 한국에서 일을 하려는 외국인은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최 회장은 필리핀에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필리핀으로 건너가 한국어 학원을 차리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업 초반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고 차차 빛을 보기 시작해 그의 한국어 학원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됐다.
"한국어 시험에 통과만 하면 한국으로 일을 하러 갈 수 있었으니까 필리핀 측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좋았고, 한국은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 서로 윈윈인 셈이었습니다. 시험 합격률도 98% 높아 필리핀 지자체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면서 사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 회장은 이 사업을 하며 필리핀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인연들은 차곡차곡 쌓여 탄탄한 인맥이 형성됐고 이는 한인들의 애로사항 해소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탄탄한 인맥을 기반으로 한국과 필리핀 교류의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로요 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할 때면 그가 나섰다. 최근에는 전남도와 필리핀 팜팡가주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 MOU 체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현재 중부 루손 지역의 교민은 3만명 정도다. 하지만 포화 상태인 마닐라 공항에서 여객기와 화물의 50% 정도가 클락 공항으로 왔고 마닐라와 연결되는 고속전철도 놓고 있다. 정부 청사도 클락 쪽으로 옮겨오면서 이 지역이 필리핀의 새로운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그는 지역 발전에 발맞춰 한인타운을 이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지에 프렌드십이라는 한인타운이 있습니다. 이곳을 누구나 한인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특화시키려 합니다. 한국의 미를 살린 조형물을 세우고 가로수에는 청사초롱을 달아 현지인이나 다른 외국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라자틴 앙헬레스 시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역이 발전할수록 교민 사회도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인들도 많이 올 텐데 우리의 권리를 지키려면 우리의 위상이 먼저 높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민 사회는 '우리만의 리그'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교민과 한국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현재 필리핀 팜팡가주 경제 고문, 루바오시 국제교류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장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