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은 질병 신호다

2023-03-13     충청일보

[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이 죽자 대권은 아들 호해에게 넘어갔다. 호해는 정사를 게을리하여 천하는 황폐해지고 민란이 우후죽순처럼 봉기했다. 각지에서 위기를 알리는 보고가 쇄도했지만 스스로 성군이라 여긴 호해는 오히려 보고자를 엄벌하여 위기 신호가 끊겼다. 결국 적절한 대처 없이 수도가 포위되어 나라가 망했다.

통증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을 알리는 신호다. 질병으로 오인하여 통증 자체를 없애거나 줄이고자 하면 중병이 되거나 고질화된다. 한의학은 몸이 알려주는 전반적인 신호를 해석하여 근본 치료에 집중하나, 양의학은 통증이나 조직 변화에 집중하여 신호를 차단하거나 수술 등으로 조직 복원에 힘쓴다. 진통소염제 등으로 신호를 차단하는 것은 국가의 위험을 알리는 봉화나 파발마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것과 같다. 조직을 복원하는 것은 사고 등으로 다쳤을 때 유용한 처치나, 내적 요인으로 발병된 경우 장마철 버섯 따기와 같아서 근본 치료는 배제된 미봉책으로 질병이 방치되어 변을 당하게 된다.

가임기 여성의 건강은 생리 상태를 통해 태반을 알 수 있다. 생리가 매월 규칙적이며 통증이 없고 생리혈에 이상이 없으며 평소 대하가 없다면 치명적인 질병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건강검진에 이상이 없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껴도 생리가 불순하거나 생리통이 있거나 대하가 있으면 자궁 난소 등 생식기뿐만 아니라 신체 다른 곳에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양방 검진에서 이상이 감지될 때까지 방치하면 이미 중병에 이르러 치료가 쉽지 않거나 완전 회복이 불가능하다.

자궁은 정기의 집합소이므로 생리 이상은 정기가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정기 훼손은 체력과 지능의 저하뿐만 아니라 정서 장애도 동반한다. 요즘 화병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대부분 생리 이상을 겪고 있다. 생리 이상을 치료하면 화병도 함께 치유된다. 생리 이상이 있으면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청소년의 경우 성장 장애도 유발된다. 정상적인 생리는 최소한의 건강 상태를 의미한다.

생리 이상을 방치하거나 양약에 의존하면 치명적인 질병이 유발되기 쉽다. 자궁이나 난소의 종양, 자궁내막증, 유방 종양, 갑상선 이상이나 종양 그리고 심지어 뇌종양 등 관련 기관에 질병이 연쇄적으로 발병되며 오장육부도 점차 손상된다. 호르몬 등으로 조절하는 것은 미봉책으로 질병 유발이 오히려 가속화된다.

생리 이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의학은 오랜 경험과 지식의 축적으로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올바른 치법을 세운다. 침 뜸 한약으로 병소를 다스리고 정기를 돋우면 생리 이상은 쉽게 치료된다. 여타의 질병도 그러하듯이 생리 이상도 발병 초기에는 장기의 손상없이 쉽게 치료되나, 오래되면 고질병이 되어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고 손상된 장기의 완전 회복이 어려워진다.

생리는 우리 나이로 14세에 시작하여 49세까지 지속한다. 생리를 일찍 시작하거나 늦게 시작하는 것 모두 정기가 훼손된 것으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조기 폐경은 정기 손상이 극심하여 발병하며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기 쉽다. 오십 대가 되어도 생리가 지속되는 것은 혈기 조절이 안되는 것으로 노화를 가속한다. 모두 한의학으로 근본 치료가 가능하다.

가임기 여성은 스스로 생리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공포 마케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건강검진보다 스스로 생리 상태를 매월 확인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더불어 대소변, 땀, 수면 등의 상태를 파악하고 생활의 법도를 지키는 것이 건강관리의 왕도다. ‘과학 미신’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며, 양방병원이나 한의원은 질병을 치료할 때 도움을 받는 곳이라 인식해야 한다. 몸이 알려주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잘못 대처하면 건강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