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를 보호한다

2023-06-07     충청일보

충북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첫 기소가 이뤄졌다.

청주지검은 지난 5일 보은군에 있는 한 제조업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 공장에선 하청업체 대표의 크레인 무선제어기 조작 실수로 70대 남성이 기계 설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고, 하청업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원청 대표이사인 A씨에 대해서도 안전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설치와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확인·개선 업무절차 마련 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산업 재해와 환경 재해 등으로 지속적인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해 재해 예방에 힘쓰며, 책임자에 대한 벌칙과 배상의 규모를 정하려는 취지로 2021년 제정돼 20221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게 됨으로 2025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제정에는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각종 인명 사고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배경으로 작동했다. 2011년부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20144월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형 시민재해가 발생했고, 20145월의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201812월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20204월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20205월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고 책임자의 각성과 제도적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됐던 것이 법 제정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사고는 229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2.7%52건을 처리하면서 24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2022년도에 11건을 기소한 후 올해 5건을 추가 기소해 총 16건을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표산업 사건이 발생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첫 사건이었다.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다른 사건에 비해 우선적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사건처리에 힘을 쓰게 된다. 그럼에도 모호한 법 규정이 있는데다 선례도 없는 어렵고 복잡한 수사영역이어서 수사가 장기화되기 일쑤였다.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토론회,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선 TF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보건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총도 이 법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감소와 방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탄생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엄정한 법 집행과 대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결과가 있는 곳에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서도 법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