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젊은 農心

2024-05-30     송윤종 기자
                                ▲ 송윤종 서산 태안주재 부국장

1960년, 70년대 읍내 반짝 아침 시장은 부지런한 아낙들이 판매하는 채소류가 조반 반찬거리로 밥상에 오르면서 쏠쏠한 가용 돈벌이 수단이 됐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 유통구조가 변하면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서해안 고속국도 휴게소에 입점한 지역 로컬푸드 매장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 특산품을 사 갈 수 있는 이점으로 관광객 호응이 크다.

휴게소 판매상들은 다양한 특산물을 판매하는데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이 단연 인기다.

지난 주말 서해안 고속국도 서산 휴게소의 한 농부 판매상은 요즘 농사 이야기를 꺼낸다 "소비자 지갑 열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농사의 수고보다 수익이 많지 않다"라는 게 농부의 주장이다.

딸기와 버섯을 팔고 있는 이 농부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농부는 30여 세쯤 자녀를 뒀다면서 최근 도시에 있는 회사를 접고 귀농해서 농사 수업 중이라고 말했다.

다행인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청년 귀농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직업에 충실한 자세라면 농사도 해볼 만하다는 긍정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농사의 새로운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인생 여정을 뒤돌아볼 때 어느 직업군이나 성실한 직장인이라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탄탄한 기반을 잡아 시골 고향에서 충실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 굳이 도회지의 치열한 생활을 이어 가는 것이 성공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본다.

순수한 농부의 심성으로 이어지는 대화가 마음을 움직여서 무슨 종교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농사짓기 바빠서 지금까지 종교를 갖지 못했다"라고 대답했다.

너무 선한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한 질문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인생에서 천국이요 극락이 무엇인가?

평범한 저 농부가 예수요 부처가 아닌가?

농사에 전념하면서 처절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농부가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아닐까?

그들에게 정치도 이념도 사상 종교도 큰 의미는 없었다.

다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 농심(農心)만 신념으로 존재할 뿐!

/서산태안주재부국장 송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