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바보 같은’ 내 친구 2.

2024-06-02     김명기 기자

김종대 그 친구는 유튜버로서 강한 팬덤층을 형성하고 있다.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도 매우 많고 다양하다. 스픽스, 매불쇼, 장윤선의 정치편의점 등등. 이곳저곳 틀면 나온다. 여기서 그는 달마대사로 통한다. 세상의 이치에 해박하고, 어찌보면 달관한 듯한 그의 모습과 엇비슷하다. 걸쭉한 입담은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 중의 하나다.

유튜브와 유튜버가 대세인 지금, 그는 말 그대로 잘나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유튜브는 세상살이를 알려주는 창()이 됐다. 특히 정치적 영역이 그렇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유튜브가 선거에 끼친 영향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유튜브 채널에 나오는 패널들 또한 만만찮은 인물들이었다. 그게 힘을 더 키운다. 그들의 언변을 따라가다 보면, 간혹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유튜브 한 번 같이 만들어 보자구

기자 생활을 마무리 한 뒤에 무엇을 해야 하나, 2의 인생을 무엇으로 열어야 할까 고민이라는 내 말에 김종대 그 친구가 대뜸 말했다.

나랑 자네랑 백경순 장군이랑 같이 유튜브 한 번 만들어 보자구.”

농담 90% 진담 10% 정도 두루 섞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야 감당하기 힘든 영광이다.

그러고 보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자 초년 시절 청주CBS에서 두 번에 걸쳐 몇 개월 방송한 경험도 있었다. 청취자들을 확 사로잡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과(大過)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무난했던 경험치가 떠올랐다.

김종대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무총리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대선 노무현과 2012년 대선 문재인의 국방분야 멘토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등장시킨백경순 장군은 해병대 2사단장을 역임하고 해병대 부사령관을 끝으로 예비역 소장으로 전역한, 고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다. 20207월 북한이탈주민의 강화도 경유 월북 사건이 제2해병사단의 경계구역에서 발생하자 보직해임을 자청해 물러났다. 그가 스스로 물러나며 당시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부탁한 것은 부하 지휘관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것 뿐이었다.

모든 잘못을 부하에게 전가시키는 어떤 장군의 모습과, 부하의 책임까지 모두 자신이 모두 떠안고 가겠다는 또 다른 장군의 모습은 참군인의 상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나는 그를 바보라 부른다

세상에 널린 여러 이익들을 기꺼이 외면하며 똑 부러진 삶을 고집하는 김종대 친구의 말과 행동은 의리만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이번 총선에서 정치평론가로서 말한 것에 답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녹색정의당이 선거에서 망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느 당이든 완충지대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다만 그것이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완충지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을 견지하는 정치세력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아젠다를 내세울 정치세력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거대 양당의 끝없는 대결만 이어진다면 우리 정치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믿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이들이 사라지면, 그들은 더욱 더 암울한 삶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분들은 생전에 바보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혼탁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부조리한 영달에 편승하지 않는 정신이 그 바보속에는 숨겨져 있었다.

내 친구 종대도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를 바보라 부르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친구로서 그의 향후 행보가 꽃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가시밭길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