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00억원의 진실

2024-07-17     송윤종 기자
                                    ▲ 송윤종 부국장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서호에는 소동파(蘇東坡)가 지방관리로 재직하면서 지역민을 위해 조성한 소제가 있다. 전당 강 강물의 범람으로부터 피폐한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한 토목공사로 알려지면서 애민사상의 대표적 치수 책으로 유명하다.

소동파는 공사에 동원된 백성에게 모아둔 돼지고기를 요리를 해서 노고를 치하했는데 그것이 유명한 동파육(東坡肉)이라고 전한다.

동파육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국 관광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서호를 하는 관광객들이 즐겨 먹었는데 인근 지역의 명주를 곁드리고 유람선에 오르면 그야말로 시정화의(詩情畵意)를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서산시 중앙호수 공원에 들어설 초록광장과 주차장 예산 100억원에 대해 지난 15일 개회한 서산시 의회 297회 임시회 1차 본 회의에서 한 의원은 5분 발언에 나서 "도비 확보 거짓 홍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서산시는 본의원이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도에서 100억을 받기로 약속받아 실제 공사비는 170억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확언해 수차례 시민들에게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서산시에 100억을 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해 서산시가 지난 6월 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업비는 6월 27일 고시된 공시지가를 고려해 460억여 원이나, 토지(사유지) 매입비가 없어 실제 투입되는 순공사비는 270여억 원으로 추산되며 그중 100여억 원은 도비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라고 했다.

집행부의 '도비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라는 말과 시의원의 '확언해 수차례 시민들에게 홍보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확정적이지 않는 말은 삼가는 게 불문율이다"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지난 17일 호수 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미래를 위한 시정에 대해 의회의 감시 기능만을 주장하기보다 머리를 맞대고 시의 발전을 도모하는 전향적 자세가 시민이 바라는 의회 모습이 아니냐"라고 충언했다.

지역정서를 고려할 때 고교 동문으로 알려진 시인 시장님과 시의원의 모습이 동파육과 소흥주 한 잔으로 이어지는 상상을 떨칠 수 없었다.

/서산= 송윤종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