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하이타임

2024-07-18     충청일보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학교교육은 지적 정의적 균형에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가 인재강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교단의 힘이 컸다. 한데, 근래 들어 섬뜩한 사건·사고와 도덕적 해이·훼손까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어떤 작가는 이렇게 썼다. “세상이 흉흉한 요즘, 살아가는 게 미션이고 서바이블 같다”고.

애초 황당했던 인성교육진흥법(2018년 12월 공포)은 흐지부지됐다. ‘인성을 가르치거나 주입시키는 것’으로 혼란을 부추긴 이유다. 전국 교원 설문조사(2024 한국교원단체연합회) 결과 ‘다시 태어나도 교직 선택’ 응답은 19.7%로 역대 최저였다.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의 어려움이 컸고 ‘학부모 민원 및 관계유지’(25.2%)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얼마 전, 전북 J 초등학교 3학년 A 군이 무단 조퇴를 막는 교감선생님에게 ‘개XX’ 욕설과 함께 뺨을 때린 뉴스, 헝클어진 교학상장에 비유할 바 아니다. 무조건 용서는 더 나쁜 쪽으로 등을 떠밀 수 있어 걱정이다.

◇ 몰염치한 인성?

‘부모는 왜 우리를 사랑할까요?’란 초등학교 시험에서 어떤 어린이는 ‘그러게 말입니다’라는 묘한 답을 썼다. 인성과 유사한 낱말로 ‘인품, 인격, 기질, 성격, 됨됨이 (한국교육학회) 등 여러 해석이다. 결코 딱 부러지는 정의가 어려울 만큼 자신에 대해, 성격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인생에 대해, 사랑 부재와 상실의 시대를 제대로 토해낸 거다. 사람은 늘 교과서대로 살 수는 없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겠다 치자. 원칙을 앞세우던 부모마저 자녀와 관련된 일 앞에선 흔들린다. 시험장 창문에 매달려서라도 대입수능 커닝을 도와주고 싶은 과도한 집착 말이다. 도덕적 언설로 떵떵거렸던 교무부장·장관·묵직한 자리의 후보자까지 시험지 유출, 부정 채용, 허위 스펙 등 몰염치를 서슴지 않아 충격을 줬다.

부모부터 달라져야 인성도 바로 선다. 자녀들과 오랜 시간을 긴장하는 사람은 교장, 교감, 교육정책 수립자가 아닌 부모다. 제발 상대방 생각을 바꾸려 들거나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 ‘옳다 그르다’ 죽을 둥 살 둥 말꼬리 잡지 말라. 수요자 중심·자율화 다양화·여러 줄 세우기·창의적 자기주도 활동·특성화 등 변화와 혁신 속에 교육은 언제나 실과 득을 동반시켜 왔다. 가정과 학교, 사회의 연계를 왜 모르랴.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교육과정을 바꿔봤자 딴 데만 쳐다본다면 무슨 소용일까.

◇ 사람다운 사람

물길이 막히면 홍수가 나고, 사람의 기가 막히면 병이 나고, 대화가 막히면 갈등이 순서다. 묘약으로 툭하면 소통을 꼽지만 상호 감정마저 무시한 채 ‘너 때문에’ 천지다, 옳고 그름보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서다 보니 도덕 불감증 역시 심각하다.

‘백년지 대계’를 4지 선다형에 묶을 수 없듯 가르치는 인성으론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지고 비루한 것인지를 적잖이 몸살하게 된다. 하이타임이 변죽만 울려선 안 된다. 유수한 학벌을 갖고도 사회생활의 지진아에 속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인공지능 시대 앞서 인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제대로 된 인성·시민의식에 동의한다. 그 실체는 ‘사람다운 사람’ 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