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2024-08-07     충청일보

[목요사색] 권신원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2024년 여름. 더워도 너무 더운 나날의 연속이다. 지겨운 장마 이후 역대급 폭염의 맹공으로 냉방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난 5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전력사용량이 역대 여름철 최대치인 93.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력사용량의 증가에는 한낮의 찜통 더위와 더불어 밤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열대야는 통상적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로, 낮에 비해 비교적 기온이 낮은 밤에도 열이 방출되지 않고 고온이 유지되는 기상현상을 말한다. 당연히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주고 생활에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름철 일부기간 동안에만 열대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보통 산과 나무가 많이 없고, 건물이 많은 도심지에서 열대야 현상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올 여름은 상황이 다르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계속 불어 밤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보다 더 심한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의 올여름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강원 강릉과 속초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일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이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져 기상관측 기록이 남아있는 1912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13년 8월 3일부터 18일까지 16일이었다. 서울은 보름째 열대야가 계속됐는데, 이는 1908년 이후 4번째로 길게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때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 여름(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26일)이다. 전북 전주는 11일째, 경북 포항은 12일째, 인천은 13일째, 광주는 15일째, 대구와 충북 청주는 16일째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었다.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은 12일로, 평년 같은 기간(3.7일)보다 훨씬 길다고 기상청은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열대야 현상에 밤잠을 설치게 되면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는 데 있다. 가급적 쾌면을 취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데, 취침 전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 오히려 찬물 샤워는 흔히 하는 실수로서, 시원할 수 있지만 혈관과 근육의 급격한 수축으로 인해 몸에 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저녁에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 식품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높아지고, 이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숙면에 방해가 된다. 잠들기 위한 음주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방법이다.

열대야에 대처하는 방법은 첫째,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땀으로 인한 체내 수분 감소를 수시로 보충해야 한다. 둘째는 적절한 냉방기 사용으로 체온유지, 셋째는 적절한 의복 착용이다. 낮 동안 외부활동 시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대처 방법을 통해 열대야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즐거운 여름이 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