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립기념관장, 상징성이 큰 자리다

2024-08-13     충청일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야권은 물론, 광복회 등 독립관련 단체와 역사학계에서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당장 15일에 열리는 광복절 기념행사에 야권과 독립 유공 단체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게 된 것은 김 관장이 ‘뉴라이트’의 시각을 가졌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독립운동학계와 근현대사학계에서는 그를 두고 ‘듣보잡’이라고도 한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관장 본인은 근현대사 역사학자라고 하지만 그의 논문은 중국의 송나라 시대 논문이라는 것이다. 독립운동학계 근현대사학계에는 해당 영역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사도광산 문제나 독도 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과 관련된 여러 가지 민감한 문제가 산재돼 있는 현실에서, 독립운동사에 투철하거나 역사의식이 투철한 이를 임명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부적절한 인사가 대한민국 독립의 상징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강경 대응이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힌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번 독립기념관장 인선은 선출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며 수사기관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광복회 등 독립유공단체에 이어 역사학계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역사학회를 비롯해 48개의 국내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가 임명 철회를 요구한 이유는, 김 관장이 독립 정신에 반하는 편향적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13일 오전 성명서를 내고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파를 옹호하는 인사가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면서 “민족 자주와 독립 정신의 요람인 독립기념관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주장의 요지는 그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데다 친일적 사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김 관장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강조하는 반면 1945년 광복의 주체적 의미를 퇴색시켰고, 안익태나 백선엽 등의 친일 경력 인사를 옹호하며 근거없는 궤변을 늘어놓았으며,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를 ‘역사전쟁’의 촉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고, 4·3사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주장도 거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관장은 자신이 ‘국민통합의 적임자’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관장 자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며 “사퇴는 없다”고 못박았다.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직책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은 매우 크다. 특히나 광복절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인사는 그래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독립기념관은 역대 최초로 광복절 경축식을 공식 취소했다. 벌써부터 우려되는 대목이다. 독립기념관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우리 선조들의 얼을 되살리는 곳이다. 어느 기관의 수장이든 그 기관의 격에 맞아야 하지만 특히 독립과 관련된 기관의 수장 자리는 역사적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욱 품격에 맞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