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문해력

2024-08-26     충청일보

[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어린이집 교사로 재직 중인 A 씨는 “우천 시 **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에 있는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다.”라고 했다. “보통 ‘**을 금합니다. 라고 하면 당연히 금지한다는 뜻이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일부 학부모는 ‘금’이 들어가니 ‘가장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대학교 국어교육과 B 교수는 ‘교과서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세요.’라는 안내에 어떤 학부모는 교과서를 사서 반납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가정통신문에 적힌 ‘중식 제공’이란 단어를 보고 자신의 아이에게 중식이 아닌 ‘한식 제공’을 요청하였다.

온라인상의 누리꾼들도 이와 유사한 일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사흘’을 ‘4일’로 알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였다. ‘저급하다’라는 표현을 몰라 ‘급하다’는 뜻으로 알거나 일 처리 과정에서 ‘유선상’으로 한다고 안내했으나 뜻을 알지 못한 학부모가 상당하다고 하였다.

위의 사례는 학부모 문해력의 현실과 그것을 우려한 에피소드이다. 학부모 문해력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이해하고, 학교와 소통하며,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읽기, 쓰기, 계산 등의 능력을 말한다. 학부모 문해력 저하는 학부모 독서량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 종합 독서율이 43.0%로 성인 10명 중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아니한 사람이 6명 정도 된다. 1994년 첫 조사 당시에는 86.8%에 기록하였으나 전자책이 통계에 포함된 2013년에 72.2%를 나타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인터넷, SNS, 모바일 기기와 다양한 영상 플랫폼이 우리 생활양식을 온전히 바꿔 놓았다. 이러한 디지털 매체가 신문이나 종이책으로 정보를 습득하던 시대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도 지식이나 정보의 대부분을 영상으로 취하다보니 종이에 적혀 있는 글을 읽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녀를 통해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제대로 읽거나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부모 대부분이 책보다는 유튜브 등 비디오 플랫폼 활용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의존도와 학부모 문해력은 반비례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디지털 매체가 대중화된 시대에 독서와 글을 통한 학습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고민이다. 학부모 문해력이 독서율과 연관성이 높다고 할 때. 학부모 독서율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를테면,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을 활성화하여 서로 교육 정보를 교환하고 공감하는 힐링의 시간을 만든다. 가족 단위 독서프로그램을 보급하고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독서 습관을 형성하고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 디지털 기반 독서콘텐츠를 활용하여 다양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독서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불통의 시대를 지나 소통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학부모 문해력이 높아야 학교와 학부모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소통은 상호 간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며, 자녀의 교육성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학교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