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찾기 어렵다는 기능성 소화불량’ 전문의의 세밀한 진단에서부터 시작

2024-11-14     충청일보

[건강칼럼] 조병하 속이상쾌한내과·건강검진센터 원장

진료 시 검사결과를 설명할 때 환자들이 “내시경, 초음파 등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 왜 소화가 안되고 속이 쓰린 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질적인 질환이 없으나 위장관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을 기능성 소화불량증(functional dyspepsia)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위장관 증상으로는 불쾌한 식후 포만감, 불쾌한 조기 만복감(식사를 시작하자 곧 배가 부르고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는 느낌), 불쾌한 상복부 통증과 불쾌한 상복부 쓰림이 있다.

증상에 따라 식후고통증후군(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 PDS)과 명치통증증후군(epigastric pain syndrome, EPS)의 아형으로 나누기도 한다. PDS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경우이고, EPS는 통증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로 생각하면 된다. 또한 두가지 아형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원인으로는 식사 후 위의 적응장애, 지연된 위배출, 내장 과민성이 있다.

진단을 위해서 앞서 언급했듯이 소화성 궤양, 위장관 악성종양, 위식도역류 질환, 췌담도 질환 같은 기질적인 질환을 배제해야 하므로 상부위장관 내시경, 혈액검사, 상복부 초음파 또는 복부 CT와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다만 모든 환자를 내시경 검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에서 위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40세 이상의 만성 소화불량 환자에서는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조기에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경고 증상(삼킴곤란, 지속적 구토, 비정상적 체중감소, 출혈 징후)이 있거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최근 진통소염제나 항혈전제를 복용한 경우에도 검사를 권고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나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 H2RA)와 같은 위산분비억제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위 기저부 이완제 같은 약물치료를 한다. 이러한 약에 반응이 없는 경우 항우울제를 사용하거나 정신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헬리코박터균(위벽의 염증, 궤양, 암을 유발하는 세균)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제균치료를 하는 것이 장기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는 부족하나 고지방식이, 우유, 유제품, 밀가루 음식, 매운 음식, 탄산 음료, 커피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이제 국내에서도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다. 식생활습관의 서구화와 함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고령화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유병률을 급격히 끌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첨단화된 사회로 인해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도 소화불량증 발생률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에서 벗어나려면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식이 조절이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에 따른 질병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 세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