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라이보 2', 세계 첫 사족보행 로봇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

도심 환경서 사족보행 로봇의 실용성 검증 첫 시도 강화학습 기반 보행 제어 기술로 효율성 극대화 배터리 용량 증가·구동기 개선…최대 67km 주행

2024-11-15     이한영 기자
▲ 라이보 2, 마라톤 주행 모습

KAIST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2'가 오는 17일 열리는 상주곶감마라톤에서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에 도전한다. 

이 도전은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주행 한계를 뛰어넘고, 도심 환경에서의 실용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보 2는 KAIST 이광형 총장의 지휘 아래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으로, 기존 주행 기록의 두 배가 넘는 거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최대 주행 기록은 약 20km로, 대개 실험실 내 통제된 환경에서만 측정됐다. 그러나 이번 마라톤 도전은 도심 환경에서 일반인과 함께 달리며 주행 기록을 측정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연구팀은 교내 대운동장에서 GPS 경로를 기반으로 43km를 4시간 40분 만에 완주하는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로봇의 실용 가능성을 도심 속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 지난 9월 2024 금산인삼축제 마라톤을 참여한 KAIST 황보제민 교수(앞줄 오른쪽 두번 째) 연구팀 단체사진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라이보 2는 37km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실험실 예상보다 10km 일찍 배터리가 소진된 이유를 연구진은 분석해, 실주행 중 발생하는 잦은 가감속이 원인임을 파악했다.

이후 연구팀은 배터리 용량을 33% 증가시키고, PC에서 수행되던 관절 강성 제어를 모터 구동기에 직접 적용해 제어 효율을 높이는 등 기술적 보완에 집중했다. 이러한 개선으로 라이보 2는 현재 직선 주행 기준 최대 67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 라이보2의 보행 중 다리 자세 변화 과정

이충인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구, 전장, 보행 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보행 손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덕분에 보행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번 연구 성과가 사족보행 로봇의 운용 범위를 도심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보 2는 황보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동역학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을 통해 강화학습 기반의 보행 제어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모래사장, 얼음, 산악 지형 등 다양한 험지에서도 민첩하게 보행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이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 단순화한 사족보행 로봇 모델의 전력 흐름도

연구팀은 1년여간 야외 환경에서 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행 손실 모델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해 보행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와 ㈜라이온 로보틱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마라톤 도전이 성공한다면, 사족보행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로봇의 운용 범위를 더욱 확장해, 다양한 도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