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버티지 말고 순순히 물러나길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긴,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9일까지 반 년이 넘는 193일 동안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던 윤석열 정부가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용산 대통령실에 수사관 18명을 보내 계엄 당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을 확보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대통령실 경내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상 처음이라고 알려졌는데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는 윤 대통령이고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회의실, 경호처 등이 대상이다.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대통령실 민원실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출입 절차를 밟았으며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현재까지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측은 압수수색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호처는 압수수색 발표 전까지 사전에 관련 내용을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현재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 머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는 내란, 군형법 상 반란 등이며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나온 계엄군 수뇌부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이어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형법 상 내란 혐의는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이기 때문에 긴급체포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질의에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계속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데도 윤 대통령은 이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자진사퇴 대신 강제수사와 탄핵 심판에 대비하는 기류가 읽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검사 출신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을 중심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타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현 정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A 변호사, 또 다른 중견 법무법인 등도 사건 수임 제안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 본인이 법정 다툼을 통해서라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으며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용산에 있는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당의 한 지도부 인사는 "자진해서 물러나느니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게 현재까지 용산의 뜻으로 보인다"며 "아직 상황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실제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을 모두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법리 다툼이 치열해지고 그에 따라 탄핵 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진 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진정 국가를 위한다면 맞서 싸우기보다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탄핵 심판에 들어가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나라가 분열되고 대내·외적인 상황 또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됨은 박 전 대통령 때 이미 겪었다.
민심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은 버티지 말고 직을 내려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