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강원도 출신'이 4명, 결정에 절대적 영향력 막강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까지 내릴 수 있는 헌법재판소와 헌재 재판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정부수립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수괴와 권한남용 혐의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두 차례의 본회의 의결 끝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기각,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의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의장의 위헌심판 청구 등으로 헌재는 뉴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 헌재에 계류중인 사건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엄중한 사안들이고 헌정사에 한 획을 그을 중대한 사건에 대한 심판을 맡은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서도 전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헌재 재판관은 모두 9명이며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 이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6인은 대법원장과 국회가 추천하는 자 각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현재 헌재 재판관은 정원에서 1명이 빠진 8명이다. 결원 1명은 국회 추천 몫이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에 대한 헌재 재판관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대통령에게 추천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고, 대행을 넘겨받은 최상목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국회 추천 3인 가운데 정계선(야당 추천) 조한창(여당 추천) 두 후보자만 올 1월 1일자로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임명하지 않아 공석 상태다.
헌재의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며,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아울러 헌법 제 112조 3항은 '헌재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엄격히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헌재 결정이 대체로 재판관의 이념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재판관이 어느 정권정당에서 임명하고 추천했는지에 따라 대체적인 판결 예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헌재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의 개인 성향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헌재 재판관의 이념 지형도는 진보 3 : 보수 2 : 중도 3으로 분류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본다.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정계선 재판관은 민주당이 추천했다.
문형배·정계선 재판관과 마은혁 후보자는 법원내 진보성향 단체인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이며, 이미선 재판관은 비슷한 성향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윤 대통령을 구속한 오동운 공수처장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고, 조한창 재판관은 국민의힘이 추천해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정미·김형두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했다.
한편 출신지별로 보면 특이하게 강원도 출생자들이 4명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화천 출신, 정계선 재판관은 양양 출신, 정형식 재판관은 양구 출신이며, 마은혁 후보자는 고성 출신이다. 전국민 5200만명 중 152만여 명(약 3%)인 강원도가 헌재 재판관 50%를 '장악'한 셈이다.
정계선 재판관은 양양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는 충주(87년 충주여고 졸업)에서 다녀 고교졸업을 기준으로 판정하는 출신지 분류법으로는 충북 출신으로 볼 수도 있다.
/서울=이득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