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군 간부 처우개선 예산 살려야
어떤 조직이든 제대로 움직이려면 '허리'가 탄탄해야 한다.
특히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나라 군대는 병사의 경우 복무 기한이 정해져있는 징병제이고 그 특성 상 초급과 중간급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함은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병사들의 봉급이 200만원에 달하는 시대임에도 군 초급 간부들 처우 개선이 요원한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중간급 간부들의 이탈도 심각하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 중사·상사·대위 계급의 장기복무자 중 희망전역·휴직자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5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중사는 연간 희망전역자가 480명, 430명, 580명에서 2023년엔 340명이나 급증한 920명이었고 지난해는 220명 늘어난 1140명으로 집계됐다.
휴직자는 520명, 630명, 760명, 1000명, 1180명으로 증가했다.
상사 희망전역자의 경우 290명, 230명, 310명, 480명이었다가 지난해 810명으로 훌쩍 뛰었다.
상사 휴직자 역시 970명, 1030명, 1210명, 1480명, 1570명으로 지속해서 늘어났다.
대위 희망전역자는 220명, 170명, 320명, 370명, 360명으로 큰 증감은 없었지만 휴직자가 2020년 280명에서 지난해 520명으로 두 배 가까이를 기록했다.
휴직의 경우 사직은 아니지만 그 기간 동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군 밖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군 이탈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희망전역·휴직을 합한 숫자의 정원 대비 장기복무자 비율은 중사가 2020년 3.56%에서 지난해 8.35%로 올랐다.
상사는 7.83%에서 10.3%, 대위도 3.2%에서 6.11%로 각각 높아졌다. 그만큼 이탈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병사의 의무복무 기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는 것과 달리 봉급은 초급 간부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되면서 간부들의 사기가 저하됨에 따른 현상이다.
길어야 2년 가량이면 제대하는 병사들과 장기복무자인 자신들의 봉급에 차이가 크지 않은데 평소엔 신경 쓰지 않다가 필요할 때면 불려가 부려먹히니 사명감·애국심 등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얼른 때려치우고 조금이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하리란 건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에 따르면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 중 10년 차 이상 엘리트 초급 간부가 한 달에 받는 지원금이 고작 50만원 수준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고 조금만 일이 터져도 생명이 위험한 폐쇄 공간에서 복무하는 이들에게 이건 너무한 처우다.
게다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군에 대한 신뢰까지 땅에 처박힌 상태다.
현재 국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바란다.
올해 정부예산에서 삭감된 초급 간부 처우 개선 비용만큼은 복원되도록 앞장서달라고.
북한이 적대적 태세를 계속 강화하며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를 꾀하고 있는 지금, 전투력의 중추인 초급·중간급 간부들이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으면서 그 가족들에도 복지가 돌아가게 해야 우리 안보가 굳건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