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손주바보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요즘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인구는 모든 경제활동의 근본이기 때문에 한나라의 인구 감소는 사회전반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24년에는 9년 만에 출산율이 0.75명으로 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출산율 감소는 중국에서도 문제여서 결혼하지 않는 직원은 해고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커져 철회했다고도 하니 출산율 저하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가보다. 지난달에 이런 귀한 아기가 우리 집에 태어났다.
아들은 딸 하나 낳고 더는 안 낳는다고 했었다. 그러다 5년 만에 귀한 둘째를 낳았다. 아들과 며느리가 병원에 가고 없어 큰애를 돌봐주러 갔다.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본 적 없는 손녀는 엄마를 찾으며 운다. 오늘 자고 내일 엄마 보러 가자고 간신히 달래어 잠을 재웠다. 다음날 긴 산고 끝에 둘째 손녀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유리창 너머 손녀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한 생명이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며느리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큰 아이에게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옆집에 갖다 주라고 했던 손녀다. 이런 큰아이의 맘을 달래주기 위해 큰아이가 좋아하는 예쁜 드레스를 주문하여 동생이 언니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주었단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좋아하는 큰애를 보니 이제부터 좋은 언니가 되어 친해질 것 같다. 며칠 전 며느리가 둘째 좀 봐달라고 했다. 큰 애를 데리고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간단다. 큰애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둘째를 보러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그동안 많이 자란 손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바라보노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배가 고픈지 젖병을 빠는 힘이 내 손까지 전달된다. 배부르게 먹고 자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천사가 따로 없다. 이런 예쁜 손주들이 4명이나 있으니 필자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딸은 아들만 둘이다. 큰 애가 벌써 4학년이고 작은아이가 5살이다. 아들은 딸 하나 낳고 둘째는 안 낳는다고 했는데 이번에 둘째를 낳은 것이다. 딸과 아들이 아이를 둘씩 낳아 완벽한 가정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잘 살아가도록 돕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이렇게 예쁜 손주들의 모습을 마음껏 자랑하고 싶은데 여건이 여의치 못하다. 마흔이 넘은 자식들이 결혼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하나라도 결혼했으면 다행인데 둘이 다 안 한 친구들도 있다. 부모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애만 탈 뿐이다. 결혼을 안 하는 젊은이들도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요즘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사회가 고용 불완전과 주거비용 상승, 교육비 부담 등이 심해지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앞으로는 육아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아이를 맘 놓고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손주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좋다. 손주바보는 바라보면 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고, 바라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이 손주들이란다. 언제 어디서나 손주 자랑 맘껏 하며 사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본다.